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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하여/게임 공략

더 위쳐 시리즈 스토리 정리 - 2부

 

 

 

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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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쳐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더 위쳐 : 세계관

- 더 위쳐 : 운명의 검

- 더 위쳐 : 운명 이상의 것

 

■ 위쳐 스토리 총정리 2부 현재 페이지 

- 더 위쳐 : 마지막 소원

- 더 위쳐 : 가능성의 한계

- 더 위쳐 : 얼음조각

- 더 위쳐 : 엘프의 피

 

■ 위쳐 스토리 총정리 3부

- 더 위쳐 : 경멸의 시간

- 더 위쳐 : 불의 세례

- 더 위쳐 : 제비 탑

- 더 위쳐 : 호수의 여인

 

■ 위쳐 스토리 총정리 4부

- 더 위쳐 1

- 더 위쳐 2

- 더 위쳐 3

 

BGM ▶ 

 

https://orongappa.tistory.com/12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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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0년 전, 게롤트와 예니퍼가 태어났다. 게롤트는 위쳐가 되었고, 예니퍼는 소서리스가 되었다. 둘은 연인이었다. 돌연변이 특성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그들이었기에 오랜 기간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런 점이 그들의 유대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리비아의 게롤트

 

 

 

게롤트가 위쳐로써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는 북부 왕국의 리리아가 닐프가드 제국과 충돌했을 당시였다. 게롤트는 그때 왕국 군을 돕고 여왕을 구출했다. 본디 '화이트 울프'라는 별칭으로도 통하던 게롤트는 이 일로 리비아의 게롤트라는 명성도 얻었다.

 

예니퍼는 북부의 마법사 형제단 최연소 멤버였으며 에이단 왕국의 왕 데머번드의 자문관으로도 활동했다. 벤거버그 출신이기에 흔히 벤거버그의 예니퍼라고 불렸다. 일면 그녀는 낳을 수 없는 아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며, 때론 거친 태도로 게롤트를 괴롭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게롤트는 개의치 않고 그녀를 사랑했다.

 

 

 

벤거버그의 예니퍼

 

 

1240년 경, 신트라의 연회장에서 에미르를 구해 운명의 아이를 약속받고 나온 게롤트는 자신의 친구 단델라이언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었다. 단델라이언은 혼자 행동하길 좋아하는 게롤트가 마음을 터놓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단델라이언 역시 방랑자 기질이 다분함에도 게롤트와 오랜 우정을 유지했다. 다만 그들의 성격은 판이했다. 단델라이언은 오지랖 넓은 성격으로 항상 사건을 일으키고 다니는 사고뭉치였으며 특히 바람둥이로 악명이 높았다. 다니는 곳마다 여자들과 치정 사건을 일으켰고, 때문에 얻어맞거나 도망 다니기 일쑤였다. 

 

물론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우선 뛰어난 어휘력과 감성적인 표현력으로 말빨이 아주 좋았고, A급 류트 연주 실력에 준수한 외모까지 갖췄으며, 뭣보다 정말 똑똑했다. 옥센푸르트 대학 문학부에 재학하던 시절, 공부를 하도 안하고 있어서 교수들이 졸업 못할 것이라 혀를 차곤 했는데 졸업 시즌 때 수석으로 졸업하여 교수들 전원을 놀라게 한 일도 있었다.

 

 

게롤트의 절친 단델라이언. 알고 보면 대단한 엄친아다.

 

 

그런 그가 엘리트 교수의 길을 버리고 음유시인이라는 길을 택했을 땐 물론 그걸 비웃은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대륙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톱스타였다. 성별, 연령, 지위, 심지어 종족을 막론하고 어딜 가더라도 모두가 그를 환대했다. 그가 사적으로 바람둥이라는 사실이나, 사고뭉치라는 부분은 사소한 가십거리일 뿐이었다. 그의 시적이고 낭만 가득한 이야기를 그의 류트 연주와 함께 들을 수만 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바쁜 일이 있어도 다 내던지고 그의 앞에 모여들었다.

 

단델라이언은 자신의 류트를 매우 아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여기엔 한 가지 사연이 있었다. 한 번은 게롤트와 단델라이언이 스코이아 텔의 엘프와 싸움이 벌어졌을 때 그들에게 잡혀 죽을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이 일로 단델라이언의 류트도 박살이 났다. 다행히 어느 예지력을 가진 소녀의 도움으로 갈등을 봉합했는데, 이때 한 엘프가 부서진 단델라이언의 류트 대신 자신의 '엘프의 류트'를 선물로 준다. 그 류트는 그간 단델라이언이 가지고 다녔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명품이었다. 이후 단델라이언은 그 류트를 무엇보다 애지중지했다.

 

 

류트를 새 걸로 바꾸고 싶을 땐 사람의 머리를 치자.

 

 

어느 날, 단델라이언과 게롤트는 끼니를 때우기 위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단델라이언의 낚싯줄에 웬 수상한 마법 항아리가 걸려 올라온다. 게롤트는 정체불명의 마법 문양이 새겨진 항아리를 보고 단번에 범상치 않은 것이라 여기어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단델라이언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항아리가 분명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고 알려진 지니의 항아리일 거라며 단숨에 뚜껑을 열려 했고, 이 때문에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뚜껑을 열어버리고 만다.

 

항아리 안에선 정말로 지니가 나왔다. 단델라이언은 게롤트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지니에게 우선 두 개의 소원을 빌었다. 그의 소원은 대체로 시시껄렁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지니는 소원을 들어주기는커녕 단델라이언을 공격해 그에게 부상을 입혔다. 당황한 게롤트는 언젠가 어느 여사제에게 야매로 배웠던 퇴마 주문을 읊었다. 주문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지니는 즉시 저 멀리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이후 게롤트는 단델라이언을 치료하기 위해 그와 함께 근처의 작은 도시 <린베>로 향했다.

 

 

르다니아 남부의 작은 도시 <린베>

 

 

게롤트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어느 무역상의 집에 머물고 있는 '마법사'가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을 듣고 우선 그곳으로 찾아갔다. 게롤트는 곤히 잠들어 있는 그를 깨우기 위해 헛기침을 해야 했다. 깨어난 마법사는 게롤트에게 허락도 없이 자신을 찾아왔다며 신경질을 부렸다. 또한 게롤트가 지니에게 외쳤던 주문에 대해 듣고 나자 왜인지 미친듯이 비웃어댔다. 마을 사람들에게 듣기론 마법사는 원래 매우 무례하고 거칠기로 유명하다고 했다. 하지만 다행히 지니의 존재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이며 단델라이언을 곧장 치료해주었다.

 

그런데 게롤트가 사례비에 대해 이야기하려던 찰나, 마법사는 마법으로 게롤트의 이성을 마비시켜버리곤 곧장 지니를 찾으러 떠나버렸다. 게롤트가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감옥에 갇힌 상황이었다. 게롤트는 영문도 모른 채 감옥의 경비병들에게 얻어맞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게롤트는 정신을 잃었던 동안 린데의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욕지거리를 내뱉고 주먹을 날리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다녔다. 게롤트가 쥐어 패고 다닌 사람들은 사실 마법사의 험담을 한 사람들이었다. 마법사가 게롤트를 이용해 그들에게 나름의 복수를 행한 것이다. 그러다 마법이 풀리자 게롤트는 기절하게 되었고,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지하감옥으로 끌려온 상황이었다. 이때 게롤트를 두들겨 패던 경비병 중 한 명이 '어떻게 해줄까?'라고 묻자 화가 난 게롤트는 그에게 터져 죽어버리라고 욕설을 하는데, 실제로 그 순간 경비병의 몸이 터져 죽는다.

 

결국 살해 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된 게롤트는 흑마법까지 부리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로 낙인찍힌다. 급기야 린데의 시장과 수도원장인 크레프 사제에게 끌려가 즉결심판을 받게 되자 게롤트는 자신을 조종했던 마법사를 거론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재판장은 술렁였다. 몇몇은 믿지 않았지만 몇몇은 평소 마법사의 악명을 워낙 잘 알던 터인데다, 위쳐가 흑마법을 쓸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수긍하기도 했다. 때마침 그 순간, 갑자기 허공에 나타난 포탈에서 한 남자가 떨어졌다. 단델라이언이었다. 그는 큰 소리로 위쳐는 죄가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델라이언의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이었다.

 

 

친구야! 내가 왔어!

 

 

그 순간, 마을 한복판에서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마법의 힘으로 지니를 제압하려 하고 있는 그 마법사였다. 마법사는 지니가 세 가지 소원을 모두 들어주고 나면 항아리의 마법적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 약해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포탈을 열어 단델라이언을 게롤트에게 보내 마지막 소원을 빌게 한 것도 마법사였다. 처음부터 마법사는 이런 상황을 상정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게롤트를 구해 일석이조를 노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실현되지 않았다. 단델라이언이 세 번째 소원을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지니는 여전히 강력했고, 다만 속박 때문에 마을을 벗어나진 못한 채 통제불능의 상태가 되었을 뿐이었다. 지니는 엄청난 힘을 발산하면서 마을을 때려부수기 시작했다. 

 

이를 목격한 크레프 사제는 위쳐인 게롤트를 특별사면해줄 테니 제발 저 괴물 좀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해왔다. 그리고는 대화 중에 한 가지 사실을 알려주는데, 사실 게롤트가 어느 사제에게 배워 지니에게 외쳤다던 주문은 퇴마술이 아니라 그냥 '당장 꺼져서 용두질이나 하라'는 욕설이었다는 것이다. Go Xuck yourself...  일전에 마법사가 주문을 듣고 실소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게롤트는 왜 단델라이언을 공격하던 지니가 갑자기 사라졌었는지 알게 된다. 사실 처음에 항아리를 낚았을 때 티격태격하던 와중에 마법 항아리의 봉인 인장을 뜯은 것은 단델라이언이 아닌 게롤트였다. 따라서 세 가지 소원을 빌 자격은 게롤트에게 있었다. 게롤트의 욕설은 첫 번째 소원이 되어 지니를 사라지게 만들었고, 경비병의 몸이 터져버린 것 역시 그의 두 번째 소원이 작용한 결과였던 것이다. 이를 몰랐던 마법사는 엄한 단델라이언 가지고 소원을 빌게 했으니 지니의 힘이 그대로였던 것도 납득이 가는 일이었다. 

 

게롤트는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이 사실을 마법사에게 알렸다. 그러자 마법사는 게롤트에게 영생, 부, 명예, 권력, 힘, 지혜, 무엇을 원하던 좋으니 빨리 마지막 세 번째 소원을 빌라고 재촉했다. 마법사는 지니의 계속된 공격으로 점점 힘을 잃고 목숨의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불현듯 게롤트는 마법사의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가 마법사가 되기 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왜 그토록 거칠고 날카로운 성격을 갖게 되었었는지를.

 

게롤트는 마지막 소원을 빌었다. 그것은 부와 명예 그 어떤 것과도 관계없었다. 오로지 그녀, 마법사 예니퍼와 영원한 사랑을 하게 해달라는 소원이었다.

 

 

일생일대의 연인이 될, 예니퍼와의 사랑을 주문한 게롤트

 

 

게롤트의 소원으로 지니는 사라지고 예니퍼는 폭발하는 건물 잔해에서 살아남는다. 예니퍼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게롤트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게롤트에게 저지른 행위를 알고 있음에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일생의 기회를 날리고 자신을 선택한 남자라니. 예니퍼는 자신의 안에서 싹 트는 감정이 소원의 영향인지, 진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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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3년, 예니퍼는 에이단 왕국의 벤거버그에서 태어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인간과 엘프 사이에 태어난 하프엘프였기에 예니퍼 역시 엘프의 피가 1/4 가량 섞인 쿼드룬(quadroon)이었다. 이러한 유전적 영향인 건지 예니퍼의 신체엔 장애가 있었다. 등이 굽고 큰 혹 같은 것이 튀어나왔으며 흔히 곱사등이라 불리는 외모를 가졌다.

 

예니퍼의 유년 시절은 불행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부친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았으며 그녀의 어머니는 이 같은 학대를 그저 방관했다. 때문에 예니퍼는 언제나 트라우마에 시달렸으며 스스로 칼로 정맥을 끊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장애와 학대로 암울했던 예니퍼의 유년 시절. 이때 손목의 흉터는 영원히 남는다.

 

 

이러한 피폐한 삶에서 예니퍼를 구제한 것은 티사이아 드 브리라는 여성 마법사였다. 우연히 예니퍼의 마법적 재능을 알아본 그녀는 예니퍼를 타네드 섬의 <아레투자 마법 학교>에 장학 특기생으로 입학시켰다. 그리고 마법으로 예니퍼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티사이아의 진심 어린 헌신과 지도로 예니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뛰어난 마법사로 성장했다. 북부에서 가장 유명한 마법사 단체인 <마법사 형제단> 마법 의회의 최연소 멤버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았다. 물론 이후로도 예니퍼는 여전히 남들보다는 성격이 까칠했지만 티사이아에게만큼은 꼼짝 못했다. 티사이아는 대륙 최고의 마법사라는 빌제포츠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강한 마법 능력을 가졌으면서도 욕심이 없고 교양을 잃지 않는 온후한 사람이었다.

 

 

소서리스들의 대모, 티사이아 드 브리.

 

 

예니퍼의 명성은 금세 주변에 알려졌다. 하루는 예니퍼가 소서러 대학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었다. 이때 그녀는 손동작이 아닌 발동작으로 마법을 시전해서 특강을 들은 학생들이 발로 어떻게 주문을 시전하는지 토론을 벌이게 만들었고, 이 열렬한 토론 도중 만취한 3학년 학생들은 나체가 된 상태로 자신의 성기를 이용해 주문을 시전하려다 응징을 당한 적도 있었다. 유게이들이 분명하다.

 

한편 예니퍼에게는 티사이아 말고도 가까운 절친이 있었다. 테메리아 출신의 소서리스 트리스 메리골드였다. 티사이아가 예니퍼에게 있어 양어머니라면, 트리스는 양언니와 같았다. 누구처럼 태생의 아픔이 없는 그녀는 따뜻하고 구김 없는 성격이었다. 나이는 비록 예니퍼보다 어리지만 언제나 사심 없이 예니퍼를 돕고 보듬었다. 또한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녀는 타고난 자연 미인인데다 22인치 허리에 거유를 가졌다는 것이다. (공식 설정이다.)

 

 

제발 강등하지 말아주세요... 제발...

 

 

예니퍼의 주변은 언제나 라일락과 구스베리의 향으로 가득했다. 게롤트가 예니퍼의 방을 처음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첫 만남부터 예니퍼는 게롤트에게 모질게 굴었지만, 결국 게롤트는 그런 그녀와 사랑을 소원했다. 예니퍼는 자신에게도 일어나는 감정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지니에 의해 무너진 잔해 아래에서, 그녀는 확인차 게롤트와 격정의 관계를 가진다.

 

사실 예니퍼는 평소 상당히 개방적인 여성이었다. 예니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마법사들이 마법 수련의 부작용으로 임신을 할 가능성이 없어지기에 누군가와 하룻밤 즐기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고, 예니퍼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예니퍼는 평생 처음으로 게롤트와 진지한 사랑을 하게 되었다. 예니퍼를 아는 주변 지인들이 놀랄 정도였다. 그 도도한 예니퍼가 권력도 부귀영화도 갖고 있지 않은 일개 위쳐에게 그렇게 진지하게 매달리는 것에 경악했다. 심지어 예니퍼는 평생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임신을 원하기 시작했는데, 둘 다 불임임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게롤트의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다.

 

 

결코 다시 임신, 그녀께서 임신을 원하신다.

 

 

예니퍼의 아이에 대한 집착은 결국 게롤트를 질리게 만들었다. 게롤트는 어느 날 예니퍼로부터 도망쳤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은 <카인고른>의 왕과 정규군이 황금용을 사냥하는 원정대에 동시에 합류하면서였다. 예니퍼는 자신을 몰래 떠나버렸던 게롤트에게 지속적으로 욕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그리고 자신을 버린 게롤트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황금용과 맞닥뜨린 시점에서 그녀는 속마음을 내비치는데, 사실 그녀가 황금용을 사냥하는 이유는 큰돈을 벌어 목돈이 들어가는 불임 치료 시술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여전히 임신 기능 회복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왕의 정규군이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원정대에서 철수하고 다른 사냥꾼들과 사이가 꼬이면서 상황은 악화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는 생각을 바꿔 황금용을 도와 사냥꾼들을 물리쳤고, 황금용은 게롤트와 예니퍼에게 감사를 표하며 자신의 보물을 나누어주었다. 다만 황금용은 자신의 예지 능력으로 '둘은 서로를 위해 태어났지만, 둘 사이에 태어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예니퍼는 크게 낙담하고 비로소 임신을 포기한다.

 

이후 게롤트와 예니퍼는 관계를 회복했다. 사실 게롤트도 예니퍼를 잊지 못하고 있었다. 황금용 원정대에 합류한 것도 예니퍼의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음이 많이 상했던 예니퍼가 '남자들은 전 애인 만나서 널 못 잊겠다느니, 보고 싶었다느니 이런 얘기 듣고 싶어하며 우월감을 느끼는 건 매한가지'라고 쏘아붙이자 게롤트는 그런 마음이 없진 않았다고 답했다. 뻔뻔한 그 대답에 예니퍼는 말문이 막혔다.

 

 

후... 양남들이란...

 

 

반대로 게롤트가 더 마음고생을 한 일도 있었다. 그들 커플이 캐드웬 북쪽의 도시 <아드 긴바엘>에 머무르고 있을 때, 게롤트의 앞에 자칭 예니퍼의 전 애인 마법사 이스트레드라는 자가 나타났다. 그는 게롤트보다 한참 전부터 예니퍼와 사귄 사이라고 주장하면서 게롤트를 예니퍼의 새로운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롱했다. 그리고 위쳐가 마법사와 사귀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헤어질 것을 요구했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그들 세계에서 위쳐와 마법사는 신분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위쳐는 마을 사람들에게 푼돈 받고 하수구나 동굴에서 괴물 사냥이나 하다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신세이며 사람들은 위쳐를 싸움과 돈만 아는 변종 인간이라고 멸시했다. 반면 마법사들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직업으로 방대한 지식과 기적을 일으키는 능력으로 왕실의 고문이나 관리로 등용이 되어 권력을 얻고 호사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 있으며 병을 치료해주거나 불가능한 기적을 일으켜 떼돈을 벌기도 했다. 즉 게롤트와 예니퍼의 사랑은 일종의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morganatic love)이었던 셈이다. 

 

게롤트는 이스트레드의 발언에 상처받았다. 그도 사람이었다. 게롤트는 곧장 예니퍼에게 가서 이를 따지며 정말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물론 예니퍼는 절대 아니라며 펄쩍 뛰었다. 다만 예니퍼는 일전의 마음고생에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인지, 입장을 애매하게 밝혔다. 자신에게 게롤트와 이스트레드 둘 다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게롤트와 이스트레드는 서로를 연적으로 인정하고 한 사람만 살아남을 때까지 결투하기로 합의한다.

 

사실 결투는 게롤트에게 상당히 불리했다. 마법사의 마법이란 위쳐의 룬 기술 따위에 비교될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게롤트는 물러서지 않고 약속된 결투 장소에 나갔다. 그런데 이스트레드의 낌새가 이상했다. 그는 마법을 쓰지 않고 칼을 꺼내 일부러 패배를 준비하는 듯 했다. 이유는 바로 그날 아침에 그가 받은 예니퍼의 편지 때문이었다. 그는 예니퍼에게 차였다. 그녀는 게롤트가 패배할 것이란 걸 알고 미리 그러한 편지를 보냈던 것이다. 게롤트는 신나서 결투고 뭐고 자신에게도 왔을 편지를 확인하기 위해 서둘러 여관으로 돌아갔다. 필시 자신에게는 다른 내용이 담겨 있으리라.

 

 

게롤트 좀 다룰 줄 아는 여자, 예니퍼.

 

 

하지만 그것은 게롤트의 착각이었다. 게롤트가 받은 편지의 내용 역시 이별 통보였다. 예니퍼는 두 남자로부터 홀연히 떠났다. 게롤트는 한동안 그녀를 볼 수 없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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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2년, 1차 북부 대전쟁이 일어났다. 마법사 형제단 소속의 예니퍼는 트리스와 함께 전쟁에 참여했다. 북부의 마법사들은 그 유명한 '소든 언덕 전투(Battle of Sodden Lill)'에서 닐프가드 제국을 상대로 북부 연합을 승리로 이끌었다. 소든 언덕 전투는 북부의 마법사 14인과 닐프가드 제국의 마법사 8인, 그리고 총합 10만이 넘는 병력들이 대치한 역사적인 전투였다. 그러나 이 전쟁으로 총 22명의 마법사 중 겨우 8명만이 살아남는다.

 

게롤트는 예니퍼가 사망자 명단에 있는지 마음 졸이며 확인했다. 다행히 그녀는 죽지 않았다. 다만 닐프가드 소서리스인 프란질라 비고의 공격으로 예니퍼는 실명을 하게 된다. 후에 마법으로 치료하여 시력을 되찾았지만 1년 넘게 그녀는 시각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정신적 충격으로 많이 고생한다. 또한 트리스 역시 큰 부상을 입어 가슴에서 배꼽까지 커다란 상처를 갖게 되는데, 때문에 이후로 그녀는 가슴이 파인 옷을 입지 않았다. (※ 물론 게임에선 그런 설정 따위 철저히 무시한다. CDPR이 왜 훌륭한 게임 개발사인지 알 수 있는 부분.)

 

 

1차 북부 대전쟁에 참전했던 트리스와 예니퍼

 

 

한편 게롤트는 시리와의 운명적인 만남 이후 그녀를 위쳐 늑대파의 본거지인 <케어 모헨>으로 데려와 위쳐 교육을 시작했다. 하지만 케어 모헨은 기본적으로 남자들의 소굴이라 여자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기에 시리를 제대로 보호하고 가르치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했다. 

 

 

멸망한 신트라를 떠나 게롤트를 따라간 시리

 

 

뿐만 아니라 시리는 원인 모를 악몽을 꾸거나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게롤트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 마법사인 트리스를 호출했다. 사실 예니퍼를 부르고 싶었지만 사이가 어색해진 상황이라 그러지 못했다. (트리스는 게롤트에게 이성으로서의 호감을 갖고 있으며 그가 예니퍼와 대판 싸우고 상심해있을 때 마법의 힘을 빌려 꼬셔서 잠자리를 한 번 한 적이 있는 사이다. 물론 진지한 연애는 아니었다.)

 

 

케어 모헨으로 가는 도중 시리를 발견한 트리스

 

 

트리스는 시리가 남자들이 입는 옷을 입고 월경이 시작돼도 별다른 조치도 받지 못하는 것을 보고 분개했다. 한편으로는 시리에게 특별한 마법 능력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게롤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시리를 돌연변이 시술로 위쳐로 만드는 대신 여성으로서의 소양과 마법적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을 받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케어 모헨을 떠나 다른 곳에서 교육을 받아야 했다.

 

 

밤꽃내 나는 늑대파 위쳐 본거지 <케어 모헨>

 

 

게롤트는 동의하고 시리를 우선 네네케라는 수녀원장이 있는 멜리텔리 사원으로 보냈다. 그곳은 여신 멜리텔을 모시는 사원으로, 기본적으로 여성들이 많아 환경이 괜찮았다. 게다가 수녀원장 네네케는 게롤트가 신뢰하는 몇 안되는 믿을 만한 성직자였다. 다만 트리스가 테메리아의 자문 마법사라 바쁜 탓에 직접 마법 교육을 시킬 순 없었기에 게롤트는 다른 방법을 택해야 했다. 결국 게롤트는 오랜만에 예니퍼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존경받는 성직자 네네케.

 

 

게롤트는 예니퍼에게 쓸 호칭을 며칠이나 고민했다. 몇 년 만의 연락인데다 온갖 생각들이 드는 바람에 쿨하게 써내려갈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친애하는 친구 예니퍼'라는 사무적인 호칭을 썼다. 그래서인지 예니퍼의 답장 역시 '친구'라는 표현으로 되돌아왔다. 다행히 예니퍼는 게롤트의 요청을 수락했다.

 

며칠 후 예니퍼는 시리가 있는 멜리텔리 사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시리로부터 게롤트가 트리스와 잤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게다가 시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자신보다 트리스를 먼저 불렀다는 생각에 불만스러운 감정을 갖게 된다. 또한 시리는 시리대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이 결정된데다(시리는 케어 모헨을 떠나지 않고 싶어 했다.) 게롤트와 깊은 관계라고 여겨지는 예니퍼에 대한 질투심 때문에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다.

 

이렇듯 시리와 예니퍼의 첫 만남은 둘 모두에게 별로였다. 시리는 예니퍼에게 곧잘 심통을 부려댔지만 그럴 때마다 적절한 방법으로 진압되었다. 하지만 그건 초반의 감정일 뿐이었다. 예니퍼는 게롤트와의 사이에 아이를 갖는 것을 포기했던 아쉬움을 시리에게 폭발시켰다. 그녀는 아이를 키워본 적이 없고 아이를 키울만한 성격도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시리를 정말 친딸처럼 보살폈다. 시리 역시 그런 예니퍼에게 점차 마음을 열고 나중에는 그녀가 선물한 파우치를 항상 소중하게 들고 다니게 된다.

 

 

모녀 관계에 가까워진 예니퍼와 시리

 

 

한편 단델라이언은 게롤트와 헤어져 음유시인으로써 활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옥센푸르트 공연에서 그가 부른 따끈따끈한 신곡 발라드는 신트라의 몰락 및 시리 공주의 탈출을 묘사하는 Ballad of the Lion Cub of Cintra라는 노래였다.

 

그러나 이러한 단델라이언의 입방정은 결국 누군가의 주목을 끌었다. 닐프가드 에미르 황제의 명을 받고 시리의 행방을 추적하던 리엔스라는 자였다. 그는 사실 황제보다는 빌제포츠의 명령을 우선적으로 받는 수하로, 시리를 찾는 과정에서 그녀를 입양했던 유르가의 가족을 몰살시킨 자이기도 했다.

 

 

북부 최대의 교육/문화 도시로 유명한 르다니아의 항구도시 <옥센푸르트>

 

 

리엔스에게 붙잡혀 고문 받다가 죽을 위기에 처한 단델라이언을 구한 것은 다름 아닌 예니퍼였다. 리엔스도 마법을 쓸 줄은 알았지만 예니퍼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리엔스는 빌제포츠가 열어준 포탈을 통해 도망쳤다. (예니퍼는 마법사들 가운데서도 1급 티어이며, 그녀 이상 가는 능력자는 세상에 빌제포츠나 티사이아, 그리고 엘프 여마법사인 핀다베어 정도 뿐이다.) 예니퍼는 단델라이언에게 시리를 찾는 자들이 있으니 앞으로 시리와 관련된 어떠한 발언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뒤, 게롤트에게 리엔스에 대해 알린다.

 

게롤트는 즉시 리엔스를 쫓아 옥센푸르트로 향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여인을 만난다. 옥센푸르트 대학의 의과 출신인 샤니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위쳐의 신체에 학술적인 흥미가 있다며 단델라이언에게 게롤트를 소개시켜달라고 했다. 얼마 후 단델라이언은 게롤트와 직접 몸을 섞어(!) 학술적 탐구심을 충족하는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제3의 히로인, 샤니 등장.

 

 

샤니는 게롤트와 단델라이언이 리엔스를 찾는 것을 도와주었다. 덕분에 게롤트는 리엔스를 찾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리엔스를 구한 자가 있었다. 빌제포츠와 협력 관계인 필리파 에일하트라는 소서리스였다. 마법사 형제단 소속이자 르다니아의 자문관인 그녀는 마법사로서의 능력뿐 아니라 권모술수, 외교, 행정 등에서도 발군의 능력을 가진 전형적인 정치 마법사였다. 다만 자신이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선호했다.

 

 

성질 더럽기론 예니퍼와 쌍벽을 이루는 소서리스 필리파. (안대를 쓰는 것은 훗날의 일이다.)

 

 

게롤트가 리엔스를 놓치자 예니퍼는 멜리텔리 사원도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시리를 <타네드 섬>에 있는 자신의 모교인 아레투자 마법 학교로 데려간다. 그러나 가는 길에 시리는 우연히 벨렌 근처 도시에 게롤트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말을 타고 그를 만나러 가버린다. 시리가 사라진 걸 알게 되자 예니퍼는 즉시 그녀를 찾으러 갔다. 그리하여 게롤트, 예니퍼, 시리가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다.

 

헤어진 이후에도 내내 서로를 잊지 못하고 있던 예니퍼와 게롤트는 곧바로 예전의 연인 관계를 회복했다. 그리고 그동안 못했던 일(?)을 실컷 한다.

 

 

시리가 빨리 자러 가야 할 텐데...

 

 

얼마 후 게롤트 일행은 함께 타네드 섬에 도착한다. 타네드 섬은 북부 마법사들의 대회의(conclave)를 앞두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각지의 마법사들은 물론, 북부의 주요 정부 인사들도 일부 참석하여 연회를 벌였다. 그러나 게롤트 일행은 그곳에서 생각지 못한 엄청난 재난을 겪는다. 훗날 <타네드 섬 습격사건>으로 기록될 참사였다. 이 일로 마법사 형제단은 완전히 와해되고 대륙 최고의 마법사 티사이아는 자­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