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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위하여/게임 공략

더 위쳐 시리즈 스토리 정리 - 4부

 

 

 

연재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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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쳐 스토리 총정리 1부 - <지난편 링크>

- 더 위쳐 : 세계관

- 더 위쳐 : 운명의 검

- 더 위쳐 : 운명 이상의 것

 

■ 위쳐 스토리 총정리 2부 - <지난편 링크>

- 더 위쳐 : 마지막 소원

- 더 위쳐 : 가능성의 한계

- 더 위쳐 : 얼음조각

- 더 위쳐 : 엘프의 피

 

■ 위쳐 스토리 총정리 3부 - <지난편 링크>

- 더 위쳐 : 경멸의 시간

- 더 위쳐 : 불의 세례

- 더 위쳐 : 제비 탑

- 더 위쳐 : 호수의 여인

 

■ 위쳐 스토리 총정리 4부 현재 페이지 

- 더 위쳐 1

- 더 위쳐 2

- 더 위쳐 3

 

BGM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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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롤트와 예니퍼는 눈을 떴다. 그들의 몸이 뉘여진 곳은 아발락 섬이라는 곳이었다. 섬에는 그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덩그러니 그들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을 되살린 건 시리였다. 리비아 사건 직후 시리는 게롤트와 예니퍼의 유해를 차원 너머의 세계에서 만난 적 있는 호수의 여인 니무에에게 데려갔다. 다행히 니무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게롤트와 예니퍼를 되살려주었고, 직후 시리는 둘을 아발락 섬에 놓고 에레딘의 추격을 피해 몸을 숨겼다.

 

게롤트와 예니퍼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리비아에서 함께 쓰러졌던 것까진 기억을 하는데, 누군가가 치료를 해준 걸까. 왜 아발락 섬에 있는 걸까. 하지만 이제 상관없었다. 그들은 이제 은거해서 함께 조용히 살아가고자 했다.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이었다. 더 이상 복잡하고 위험한 일에 얽매이는 것은 싫었다. 이제 그만 정착해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헛된 꿈이로구나... 이러면 차기작 게임 시리즈가 나올 수가 없지...

 

 

당연하게도 그들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너무 많은 것에 얽매여 있었다. 그들의 꿈을 방해한 첫 번째 고리는 바로 와일드 헌트였다. 에레딘은 여전히 시리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녀를 직접 찾는 것보다 빠른 방법은 그녀의 주변 사람을 납치해 유인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에레딘은 예니퍼를 납치했다.

 

 

아니 근데... 뭘 하다 납치됐길래 에덴 동산의 이브가 되어 있는가...

 


게롤트는 예니퍼를 구하기 위해 즉시 에레딘을 쫓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 인물을 만나게 된다. 바이퍼 교단의 위쳐, 레토라는 자였다. 그는 앙그렌 숲에서 슬리저드라는 괴물에 의해 곤란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게롤트는 그를 도왔고, 이를 계기로 게롤트는 레토와 그의 동료이자 독사 교단의 위쳐인 서리트, 옥스와 함께 와일드 헌트를 추적하게 된다.

 

 

세계관 내 3대 전사 중 한 명인 <걸렛의 레토>와의 첫 만남.

 

 

당시 독사 교단은 와일드 헌트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기에 와일드 헌트의 숫자는 너무 많았다. 게롤트는 어쩔 수 없이 싸움을 멈추고 와일드 헌트의 리더인 에레딘에게 제안을 했다. 예니퍼를 돌려주고 대신 자신을 데려가라는 것이었다. 에레딘은 제안을 받아들였다. 게롤트는 예니퍼 대신 그들에게 끌려갔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예니퍼는 한동안 레토 패거리의 보호를 받으며 숨어 지내게 된다.

 

 

스스로 예니퍼 대신 와일드 헌트에게 끌려간 게롤트

 

 

그리고 2년 후 어느 폭우가 쏟아지는 날 밤, 게롤트는 케어 모헨의 근처를 헤매고 있었다. 그의 곁에 와일드 헌트는 없었다. 그를 와일드 헌트로부터 구한 것은 역시 시리였다. 그녀는 게롤트를 구출하고 다시 시공간을 넘어 몸을 숨겼다. 하지만 게롤트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시리가 누군지조차 몰랐다. 그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다.

 




 

 

 

 

 

 

늑대파 위쳐들의 요새 '케어 모헨' 

 

 

 

12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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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롤트를 발견한 것은 늑대파의 위쳐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서둘러 게롤트를 케어 모헨으로 옮겼다. 하지만 게롤트는 그들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게롤트는 몸과 정신이 모두 망가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게롤트를 정성껏 간호한 것은 다름 아닌 트리스였다.

 

사실 트리스는 게롤트가 도움이 필요할 때 항상 그의 곁에 있었다. 오래전 시리를 처음 케어 모헨에 데려왔을 때도 그랬고, 타네드 섬 사건 당시도 그랬으며, 리비아에서 시리가 게롤트와 예니퍼를 차원 너머로 데려갈 때에도 끝까지 곁에 남아 배웅했던 것도 그녀였다. 한동안 트리스는 게롤트를 정성스레 보살피며 그의 재활을 도왔다. 이로 인해 이윽고 둘은 특별한 관계가 된다.

 

 

마침내 위쳐의 히로인 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트리스

 

 

그러나 얼마 후, 케어 모헨에 한 무리의 도적떼가 들이닥친다. 그들의 선봉에 선 자는 마법사 아자르와 청부업자 프로페서라는 자였다. 그들은 뮤타젠과 함께 위쳐의 비밀을 강탈해갔다.

 

위쳐의 비밀이란 그들이 수백 년간 축적해왔던 일종의 지식이자 기술이었다. 덕분에 현재의 위쳐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할 만큼 그것은 그들에겐 매우 소중한 것이었다.

 

 

케어 모헨을 습격해온 도적떼 무리들

 

 

물론 늑대파 위쳐들은 격렬히 저항했다. 하지만 치밀하게 준비하여 습격해온 그들에게 결국 몇 명은 목숨마저 잃고 만다. 그들이 떠나간 후, 늑대파 위쳐의 리더 베스미어는 동료들을 화장하고 빼앗긴 위쳐의 비밀을 되찾기 위해 남은 늑대파 멤버들을 각지로 파견했다.

 

 

게롤트의 스승이자 늑대 교단 위쳐들을 이끄는 수장 베스미어 (추정 연령 2~3백살)

 

 

대륙 각지로 흩어지는 늑대파 위쳐들

 

 

게롤트는 테메리아 왕국으로 파견되었다. 그가 기억을 잃기 전, 테메리아 왕국의 아다 공주(아다 아님)가 괴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린 것을 풀어준 일이 있어 테메리아 왕 폴테스트가 그에게 호의적일 것이라는 베스미어의 조언 때문이었다.

 

 

괴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가 구조되었던 아다 공주. (게롤트랑 했음)

 

 

하지만 테메리아 왕궁은 현재 왕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원정을 떠나 부재중이었다. 대신 테메리아 성에는 기사단장 알데스버그가 이끄는 플레이밍 로즈 기사단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비인간을 탄압하는 성전을 강행하여 비인간 연합 조직 스코이아 텔과 대립 중인 상황이었다.

 

 

더욱 더 심화되는 인간과 비인간의 갈등

 

 

게롤트는 테메리아의 수도 <비지마>에서 도적떼들의 흔적을 쫓았다. 그리고 그들이 대규모 비밀 범죄조직 '살라만드라'의 일원들이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후 게롤트는 트리스, 단델라이언, 졸탄, 샤니, 웨어울프, 알빈, 기사단원 지크프리드 등의 도움을 얻어 마침내 케어 모헨 습격의 우두머리였던 아자르와 프로페서를 찾아내는데 성공한다.

 

 

기어코 찾아낸 두 수괴

 

 

그들은 상당히 강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게롤트는 그들을 몇 차례 놓치기도 했다. 하지만 끝내 그들을 제거하는 데는 성공했고, 직후 그들의 배후가 따로 있음도 알게 되었다. 배후는 바로 현재 테메리아를 장악 중인 기사단장 알데스버그였다. 이즈음 때마침 부재중이었던 테메리아의 왕 폴테스트가 원정에서 돌아왔다. 왕은 상황을 파악한 후 게롤트에게 알데스버그만을 암살하여 이 사건을 조용히 끝내줄 것을 의뢰해왔다.

 

그런데 게롤트는 이때 알데스버그로부터 뜻밖의 어떤 사실을 알게 된다. 알데스버그는 게롤트에게 멸망의 미래를 환영으로써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미래는 C의 세계까지 하얀 서리가 밀어닥친, 모든 것이 얼어붙은 암울한 미래였다. 사실 알데스버그가 위쳐들의 비밀을 훔친 이유는 이것 때문이었다. 다가올 대변혁의 날에 대비하여 이에 견딜 수 있는 일종의 강화 인간들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위쳐들의 비밀을 훔친 그는 그것을 변형 이용하여 인간들의 생존성을 강화하고자 했다.

 

 

다가올 '대변혁의 날'에 예견된, 얼어붙은 미래

 

 

하지만 게롤트는 그 미래의 환영을 단지 어느 미­친 놈의 악몽일 뿐이라 생각하며 믿지 않았다. 게롤트는 결국 알데스버그를 죽였다.

 

 

찝찝한 환영을 봤지만 어쨌든 테메리아의 정치적 사건까지 해결한 게롤트

 

 

위쳐들의 비밀을 되찾은 게롤트는 폴테스트 왕으로부터 의뢰의 보수를 두둑이 챙겨 곧장 떠나려 했다. 하지만 이때 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진다. 의문의 암살자가 폴테스트 왕을 암살하기 위해 나타난 것이다. 때마침 이를 눈치챈 게롤트는 암살자를 죽이고 왕을 구했다. 

 

 

의문의 암살자의 등장 

 

 

게롤트는 자신이 처리한 암살자의 복면을 조용히 벗겼다. 그런데 복면 너머에서 게롤트로써는 믿기 힘든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암살자의 눈은 위쳐의 동공을 가지고 있었다. 암살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위쳐였다. 

 

 

 

 

 

 

 

 

 

 

테메리아 왕국의 수도 '비지마'

 

 

 

127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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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 암살 미수 사건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낀 테메리아의 왕 폴테스트는 게롤트가 좀 더 남아있어주기를 원했다. 때문에 게롤트는 한동안 비지마에 좀 더 머물러야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이내 게롤트를 원치 않는 일에 휘말리게 만들었다.

 

폴테스트 왕은 한때 자신의 여동생을 사랑하여 근친으로 아다 공주(아다X)를 낳은 바 있었다. 하지만 여동생은 일찍 죽어버리고 말았고, 이후 라발렛 부인에게 꽂혀 두 명의 아이 아나이스 공주와 부쉬를 새로 낳았다. 이 일이 발단이 되어 곧 테메리아에 피의 치정극이 벌어졌다. 라발렛 부인을 중심으로 반란이 일어난 것이다.

 

게롤트는 이 우스운 치정극에 오래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일이 대강 마무리가 되면 테메리아를 떠날 생각이었다. 얼마 후 드디어 반란을 모두 제압하고 상황이 마무리되는가 싶었던 찰나, 또다시 국왕의 암살 사건이 벌어지고 만다. 폴테스트 왕이 자신의 두 아이를 만나는 사이 아이들을 맡고 있던 왠 수도복을 입은 남자가 폴테스트 왕을 죽이고 달아난 것이다. 테메리아의 왕은 결국 암살당했다. 그리고 상황상 게롤트가 국왕 암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살해된 테메리아의 왕 폴테스트

 

 

왕을 암살한 남자의 이름은 레토. 과거에 게롤트와도 인연이 있었고, 예니퍼를 데려갔던 바로 그 남자였다. (※ 하지만 게롤트는 기억을 잃은 상태라 알아보지 못한다.) 일전에 왕의 암살을 먼저 시도했다가 실패했던 위쳐도 사실 레토의 패거리였다. 그리고 이번엔 직접 나서 기어코 암살에 성공한 것이다.

 

 

다시 나타난 왕 살해자(king slayer) 레토.

 

 

폴테스트 왕의 충신이자 테메리아 군 수장 버논 로치는 억울하게 투옥된 게롤트를 심문 끝에 풀어주었다. 그는 진짜 범인을 쫓고 싶어 했다. 이에 버논 로치와 그의 부대원들, 그리고 게롤트와 트리스는 암살자의 흔적을 쫓아 국경 마을 <플롯삼>으로 향했다.

 

 

게롤트를 믿고 진범을 쫓기로 한 버논 로치. 

 

 

일행은 플롯삼 일대의 스코이아 텔 리더 이오베스와 소서리스 쉴라를 만나 여러 가지 사건을 해결하면서 레토를 결국 찾아냈다. 하지만 게롤트는 그에게 패배하였고, 직후 레토는 대신 트리스를 납치하여 에이단의 <버겐>으로 포탈을 열고 떠나버린다.

 

 

이길 수 없는 레토와의 대결

 

 

게롤트는 여기서 로치 일행과 이오베스 일행 둘 중에 한 쪽을 택해(※ 유저의 선택) 함께 버겐으로 향한다.

 

 

버겐 지역으로 향하는 레토와 게롤트 일행

 

 

버겐은 에이단 영토 안에 있는 폰타르 계곡에 위치한 광산 도시였다. 이곳은 북쪽의 캐드웬 왕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에이단의 국왕 데머번드마저 암살당하면서 캐드웬은 본격적으로 야욕을 드러내고 있었다. 사실 에이단의 왕을 죽인 것도 레토였다. 그가 왜 왕들을 죽이고 다니는지 게롤트로써는 아직 알 수 없었다.

 

 

오프닝에 나왔던 그 장면. 에이단 왕의 암살 역시 레토의 소행이었다.

 

 

에이단은 왕의 죽음 이후 스코이아 텔을 비롯한 하층민들이 반란을 일으킨 상태이기도 했다. 반란군의 리더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성을 가진 여성 사스키아. 사실 그녀는 황금 드래곤 족이었다. (※ 전작 소설에서 게롤트가 만난 적 있는 황금용의 수양딸.) 아버지에게 배운 능력을 통해 인간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그녀는 인간, 비인간이 모두 차별받지 않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반란을 주도하여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 세력에는 이오베스는 물론 본래 정치 세력이 약했던 에이단의 왕자 스테니스까지도 가담하여 캐드웬과 대립 중이었다. 스테니스의 목적은 물론 평등한 세상이란 가치보다는 그저 캐드웬을 물리친 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것이었다.

 

 

혁명군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위해!"

 

 

그러나 이들 뒤에는 또 하나의 음모를 가진 세력이 있었다. 바로 로지 오브 소서리스였다. 필리파와 쉴라를 필두로 한 그녀들은 오랫동안 마법사들이 지배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에이단의 왕이 레토에게 암살당한 것은 그녀들이 레토에게 의뢰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들은 정신 조종을 통해 세뇌시킨 사스키아와 반란군을 이용하여 에이단 왕국을 무너뜨린 후 자신들이 세를 차지하려 했다.

 

 

점점 더 대범해지는 로지 오브 소서리스

 

 

캐드웬 왕국의 폭군으로 불리던 헨셀트 왕과 그의 참모 마법사 데스몰드는 왕이 사라진 에이단의 귀족들에게 에이단의 영토권을 넘겨받고 대가를 주는 식으로 유착을 하려 했다. 하지만 스테니스 왕자가 이를 두고 볼리 없었다. 급기야 에이단 귀족, 반란군, 캐드웬 사이에 정상 회담이 벌어졌다. 하지만 회담은 끝내 결렬되었고, 예기치 못한 사건마저 벌어졌다. 얼마 전 헨셀트 왕이 화형 시켰던 소서리스 사브리나가 회담장 주변 지역에 걸어놓은 저주 때문이었다.

 

 

에이단 왕국을 꿀꺽하길 원하는 캐드웬 국왕

 

 

사브리나는 캐드웬의 자문 마법사였다. 그러나 사브리나는 언제나 캐드웬보다 로지의 이익을 우선시했다. 북부 왕국의 균형을 위해 일부러 캐드웬에 불이익을 유도하는가 하면 어느 전투에선 캐드웬의 최정예 부대를 피아식별 없이 공격해 몰살시킨 일도 있었다. 결국 사브리나는 분노한 헨셀트 왕에 의해 산 채로 화형 당했고, 죽기 직전에 주변 일대에 저주를 걸었다. 저주의 내용은 전투에서 죽은 망령들이 되살아나 피아 없이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었는데, 하필 장소도 정확히 캐드웬 군과 반란군의 중간 지점쯤이었다.

 

 

되살아난 전쟁터의 망령들

 

 

한편 레토를 쫓아 버겐에 당도한 게롤트는 불가피하게 이 다툼에 개입하게 되었다. 게롤트는 반란군 쪽을 돕거나 캐드웬 쪽을 돕거나 둘 중 한 루트를 택하게 된다. (※ 유저의 선택)

 

앞서 이오베스를 선택하여 함께 버겐으로 왔다면 반란군을 도와 그들이 혁명을 이루는데 도움을 주고 소서리스들의 음모를 깔끔히 파헤치게 된다. 반란군을 돕지 않았을 경우 혁명 실패는 물론 사스키아의 정체나 소서리스들의 음모에 대해서도 일견 미궁으로 남게 된다.

 

버논 로치를 선택했을 경우 캐드웬을 도와 반란군을 진압하는 한편 후에 로치가 테메리아 왕국의 후계자 아나이스 왕녀를 옹립시키는 데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부쉬 왕자는 이미 죽었기에 아나이스 공주를 옹립시키지 못하면 테메리아는 르다니아와 캐드웬에 의해 갈라지고 로치는 도망자 신세가 된다. 캐드웬을 돕다가 헨셀트를 죽일 수도 있으며, 아나이스 공주를 르다니아의 왕 라도비드 5세에게 결혼시켜 르다니아의 보호를 받게 할 수도 있다. 라도비드 5세는 언제나 북부 대륙의 병합을 꿈꾸는 인물이기 때문에 무리 없는 일이었다.

 

 

위쳐 세계관 사상 가장 잔혹한 폭군으로 기록될 르다니아의 왕, 라도비드 5세.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 중에 게롤트는 잃어버렸던 기억을 어느 정도 되찾는다. 게롤트는 이곳에서 얻은 단서를 토대로 또다시 레토와 트리스의 흔적이 이어진 고대 도시 <록무인>으로 향했다.

 

 

복잡한 정치 분쟁 끝에 도착하는 최종 집결지 <록무인>

 

 

록무인은 중립 지역이었다. 때문에 북부 왕국들 간에 벌어진 문제에 대해 조율을 하고 합의를 보기 위해 적합한 장소이기도 했다. 그곳엔 이미 각 세력들의 수뇌부들이 모여 회담을 추진 중이었다.

 

 

북부 왕국들의 정상회담

 

 

그러나 회담은 또다시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흘러갔다. 회담 중에 왕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과 소서리스들의 음모가 폭로되고 만 것이다. 궁지에 몰린 소서리스 쉴라는 정신 지배를 받고 있던 사스키아를 드래곤으로 소환하여 회담장을 습격했다. 그녀는 회담장에 있는 모두를 죽여 소서리스의 비밀을 지키려 했다. 하지만 게롤트에 의해 저지된다. (※ 유저의 선택에 따라 쉴라의 생사 선택) 그리고 필리파는 르다니아 왕에 의해 두 눈을 뽑힌 채 도주한다.

 

 

드래곤도 살려서 세뇌를 풀면 황금용 사스키아는 폰타르 자치국의 여왕이 된다.

 

 

이때부터 안대를 쓰기 시작한 필리파

 

 

사건 직후, 레토는 게롤트를 불러내었다. 레토는 트리스를 직접 게롤트에게 넘겼다. (※ 유저가 이전에 트리스를 구하지 않았다면) 레토가 그녀를 납치한 이유는 애초에 그저 텔레포트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게롤트는 그에게서 마침내 모든 전말을 듣게 된다. 북부를 혼란시킨 전대미문의 암살자이자 예니퍼를 보호해주었던 벗, 레토는 사실 닐프가드 제국의 첩자였다. 

 

게롤트가 기억을 잃었던 와일드 헌트 납치 사건 당시, 게롤트의 부탁에 따라 레토 일행은 예니퍼를 데리고 닐프가드로 향했다. 예니퍼는 게롤트와 마찬가지로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비록 그럴지언정 예니퍼의 성격은 그대로였다. 그녀는 서리트와 옥스를 동시에 유혹해 삼각관계로 만들어 서로 이간질 시키는가 하면, 그 외에도 온갖 사고를 쳐댔다. (이때 얼마나 학을 뗐는지 레토가 왜 예니퍼같은 여자랑 사귀냐고 게롤트에게 묻기도 했으나... 게롤트는 묵묵부답.) 때문에 레토 일행은 얼마 못가 닐프가드 군의 주의를 끌게 되었고, 결국 일행 모두가 닐프가드 정보국에게 붙잡혀 심문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이때 닐프가드의 마법사들은 예니퍼의 기억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로지 오브 소서리스의 소속이라는 사실과 그들의 명단, 그리고 로지가 주인이 되어 다스리는 왕국을 만들겠다는 목적까지 알아냈다. 

 

얼마 후 레토는 에미르 황제에게 불려가 그에게 한가지 제안을 받는다. 레토의 망해가는 독사파 위쳐 종파를 재건해줄 테니 대신 북부의 왕들을 암살하고 혼란을 조장해달라는 제안이었다.

 

 

그간의 진실을 담은 레토의 이야기

 

 

레토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는 에미르가 넘겨준 로지 멤버 명단을 참고해 소서리스들과 스코이아 텔을 이용해 세력 간 혼란을 조장하는 한편 왕들을 암살하고 (※ 소서리스들은 에이단 국왕만 암살해줄 것을 요청했었으나 레토는 테메리아, 에이단에 이어 캐드웬 국왕 헨셀트까지 암살하고 이를 소서리스들의 소행으로 뒤집어씌우려 했다.) 국가 간에 이간질을 시켜 내정을 완전히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했으며 이는 이미 상당 부분 이뤄낸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레토는 예니퍼의 현재 소재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레토는 그녀가 닐프가드 감옥에 수감되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이후 레토와의 결전 여부는 유저의 몫이다. 선택에 따라 둘 중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혹은 싸우지 않고 후속작에서 만나 맥주나 한 잔 할 수도 있다. 물론 살리는 것이 정규 루트.)

 

한편 이러한 레토의 암약에 힘입어 닐프가드 제국은 또다시 북부 왕국을 향해 칼을 뽑아든다. 제3차 북부 침공이었다.

 

 

질리지도 않고 또다시 엄청난 군세로 침공해오는 닐프가드 제국 

 

 

얼마 지나지 않아 닐프가드는 테메리아와 에이단 등 북부 왕국 남부를 점령했다. 지난 전쟁에서 활약했던 존 나탈리스 장군은 버논 로치와 함께 테메리아의 병사들을 규합해 3일 동안 게릴라 활동을 하며 닐프가드에게 대항했지만 폴테스트 국왕의 죽음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인데다 그 본인마저 행방불명 되면서 결국 테메리아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이후 버논 로치는 살아남은 병사들을 데리고 르다니아 지역으로 퇴각했다. 이어서 닐프가드는 베르덴, 시다리스, 리리아 왕국을 점령했고, 평소 북부의 인종차별에 불만이 많았던 드워프 공국 마하캄과 엘프 왕국 돌 블라타나는 전쟁 시작하기가 무섭게 닐프가드에게 협력했다.

 

3차 대전쟁에서 닐프가드와 강하게 대립각을 세운 것은 르다니아 왕국이었다. 평소 북부 통일의 야망을 갖고 있던 라도비드 5세는 혼란스러운 틈을 타 캐드웬을 선제 침공하여 완전히 집어삼켰다. 나머지 군소 왕국들(코비아, 카인고른, 말레오르, 탈가르, 벨하드, 포비스 총 6개 왕국)은 힘이 없었기에 르다니아가 북부의 맹주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대륙은 닐프가드와 르다니아 두 국가에 의해 양분되는 상황에 놓인다.

 

 

북부의 맹주로 격상한 르다니아 왕국

 

 

한편 기억을 되찾은 게롤트는 베스미어와 함께 예니퍼와 시리를 찾아 닐프가드로 향한다. 의도치 않게 트리스와 바람을 피웠다는 죄책감을 한껏 안고서. 사실 게롤트는 기억을 일부 찾은 후에도 트리스와 어느 지하 욕조에서 사랑을 나눈 바 있었다. 예니퍼를 찾아 곧장 떠나려 했었지만 이를 붙잡고 싶었던 트리스의 유혹에 버티지 못한 것이다. 안 그래도 게롤트는 예니퍼에게 트리스와의 관계에 대해 단단히 경고를 받은 바 있었다. 

 

때마침 얼마 후에 게롤트는 예니퍼의 편지를 받는다. 구 테메리아 지역에 위치한 백색 과수원에서 만나자는 내용이었다. 게롤트는 가슴을 졸이며 말고삐를 돌렸다.

 

 

예니퍼가 알면 야단 날 텐데... ㅠㅠ

 

 

 

 

 

 

 

 

 

 

 

 

 

 

127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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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니퍼는 닐프가드의 자문 마법사가 되어 있었다. 그녀가 감옥에 수감되어 있을 당시, 에미르 황제는 직접 그녀를 찾아와 시리를 다시 찾아달라는 제안을 했다. 에미르는 자신의 연이은 전쟁 강행으로 자금을 대는데 지친 닐프가드 귀족들에게 강한 퇴위 압박을 받고 있었다. 일전에 반역을 꾀했다가 잔인하게 처형당한 사례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귀족들은 대놓고 반발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에미르는 한 번 더 국면 전환이 필요했다.

 

에미르는 예니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황실 마법사 자리까지 주었다. 에미르의 제안을 받아들인 예니퍼는 시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게롤트의 영입을 맞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인 에미르는 게롤트도 데려오라고 명령했다.

 

 

비지마 근교에 위치한 <백색 과수원>으로 향하는 게롤트

 

 

게롤트와 베스미어는 과수원의 한 여관에서 마침내 예니퍼를 만날 수 있었다. 게롤트는 예니퍼에게 왜 닐프가드에게 협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었다. 그리고 곧 그 질문을 한 것을 후회했다.

 

"네가 트리스랑 연애 잘 하고 있을 것 같아서 연락 안 했지."

 

게롤트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지? 당황한 게롤트는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었다고 변명을 해봤지만 '뻔한 핑계'라는 날카로운 반응만 돌아올 뿐이었다.

 

 

오우~ 뭐야 뭐야, 부부 싸움이야?

 

 

어쨌든 예니퍼는 용건을 전했다. 이후 에미르에게 초대받지 못한 베스미어는 케어 모헨으로 돌아가고 게롤트와 예니퍼는 에미르 황제를 알현하러 그가 있는 비지마로 향했다.

 

에미르는 시리를 닐프가드의 여제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일단 시리의 안전은 보장되는 셈이었다. 게롤트가 어떻게 생각하던,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은 시리가 하는 것이므로 에미르는 게롤트를 설득하여 그녀를 찾아달라 부탁했다. 또한 거액의 포상금도 약속했다. 게롤트는 이에 대한 고민을 뒤로하고 일단 시리를 찾아 나섰다. 어쨌든 그녀를 찾아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없었다.

 

※ 황제 알현 직전에 게임상에서 전작에서의 행보에 관련한 질문들을 받을 수 있다. 이때의 선택지에 따라 이후 내용이 조금 달라지는데, 예를 들어 이오베스 루트로 갔다고 하면 작중 버논 로치가 쌀쌀맞게 굴고, 반대로 로치 루트로 갔다고 하면 그를 만났을 때 환영하면서 반가워한다. 또는 레토나 쉴라를 죽였는지 살렸는지 여부에 따라 그들의 등장 여부도 달라진다.

 

 

나쁘게 안 할테니 내 딸 좀 다시 데려와.

 

 

시리를 찾기 위해 게롤트와 예니퍼는 잠시 헤어졌다. 예니퍼는 스켈리게 제도로 떠났고, 게롤트는 벨렌과 노비그라드를 조사하기 위해 먼저 벨렌으로 향했다.

 

<벨렌>의 무인지대에는 피의 남작(Bloody Baron, 본명 필립 스트렝거)이라는 인물이 테메리아 잔당들을 끌어모아 통치자로 득세하고 있었다. 본래는 테메리아군 하급 장교였으나 전란 후 한자리 꿰차기 위해 닐프가드에 협력한 자였다. 그가 피의 남작이란 이명을 얻게 된 계기는 다소 웃기는 해프닝 때문이었는데, 과거 그의 병사들이 염료 공장에 틀어박힌 적들을 공격해 대부분의 적들을 포로로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누군가가 빨간 염료를 강에 떨어뜨리면서 강이 새빨갛게 변했고 이를 본 사람들이 그가 적들을 무자비하게 척살했다고 착각하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자네, 궨트 좀 할 줄 아나?

 

 

게롤트는 시리가 남작의 집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그를 찾아갔다. 이때 게롤트는 남작의 까마귀 횃대에 돌아다니는 괴상망측하게 생긴 생물을 보게 된다. 정말 끔찍하게도 못생기고 조그마한 그 생물은 우마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남작은 우마를 스켈리게에서 궨트로 땄다고 했다.

 

 

보다보면 은근 귀여운 우마

 

 

어쨌든 게롤트는 남작에게 시리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하지만 남작은 쉽게 알려줄 수 없다며 자신의 의뢰를 먼저 해결해달라 제안해왔다. 실종된 자신의 부인과 딸을 찾아달라는 부탁이었다. 게롤트는 이를 수락했다. 

 

그런데 게롤트는 남작의 가족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웃지 못할 진실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남작의 부인과 딸은 괴물에게 납치된 것이 아니라 남작의 주폭을 이기지 못해 도망간 것이었으며, 그 와중에 괴물의 습격을 받아 부인은 실종됐으나 딸은 옥센푸르트로 가 있다는 것이다. 옥센푸르트에서 만난 딸은 아버지를 매우 미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남작에게도 딸에겐 설명하지 않은,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과거 남작이 3년간 전쟁에 나가 있을 때 그의 아내 안나는 소꿉친구 에반이라는 자와 바람이 났다. 남작은 전장에서도 아내와 딸만 생각하며 버티고 있었는데 막상 귀환하니 아내는 이미 딸을 데리고 애인과 도망을 가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그것도 남편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니 나랑 딸을 찾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편지를 남긴 채였다. 남작은 도망간 아내를 추적해 찾는데 성공했다. 처음엔 아내와 딸만 찾아오려고 했으나, 막상 에반을 보니 눈이 뒤집혀 그를 죽여버리고 시체는 개밥으로 줬다. 그 일 이후로 남작은 아내와 화해하려고 했으나 자기 애인이 개밥이 되는 꼴을 본 안나는 아예 발광하여 화해하자는 남편에게 칼까지 휘둘러 죽일 뻔했고, 그 행동에 남작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아내를 때렸다. 그 이후 남작은 아내에게 계속 용서를 빌고 선물을 사주며 화해를 시도했지만 두 사람은 서로 지쳐버렸고, 결국 부부관계가 파탄 나버리고 말았다. 그럼에도 남작은 아내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쫓아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또다시 그를 버리고 떠났다.

 

 

흔히 PTSD를 겪은 참전용사와 비슷한 사정을 가진 피의 남작

 

 

게롤트는 안나의 행방을 찾아 수소문한 끝에 그녀가 저주를 받아 할멈이 된 모습으로 어느 늪지에서 아이들을 보살피며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이때 게롤트는 지하에서 웬 나무정령을 만나 그 아이들에 관한 진실을 전해 듣는다. 

 

나무정령의 말에 따르면 곱사등이 늪지대에 있는 숲의 마녀들인 크론은 과거에 자신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창조한 존재들로, 그러나 언젠가 자신을 이곳에 마법으로 가둔 뒤 근처 마을의 아이들을 모아두고 잡아먹고 있는 거라고 했다. 안나는 바로 그 아이들을 보살피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또한 크론이 아이들을 공급하는 경위도 상당히 충격적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크론이 마을 아기들에게 장애 없이 태어나는 축복을 내려주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그들에게 아이들을 스스로 보내왔던 것이다. 또한 마을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크론들이 그들의 식탁에서 남은 고기(...)를 거대한 항아리에 쪄서 자신들에게 준다며 고마워하는데 그 고기가 실제로 어떤 고기인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

 

 

나무정령은 게롤트에게 자신을 해방시켜주면 아이들을 구해주겠다고 말했다. 이후 게롤트의 행동에 따라 차후 남작 가족의 운명은 달라지게 된다. 만약 게롤트가 나무정령의 말대로 그를 해방시키면 정령은 크론을 따르는 마을을 박살 내버리고 약속대로 아이들을 구출한다. (이 아이들은 나중에 노비그라드의 고아원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게롤트는 안나의 저주를 풀어 다시 인간으로 되돌린다. 그러나 저주가 풀리기가 무섭게 안나는 남편과 딸에게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하직한다. 크론들이 안나에게 건 저주는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녀는 죽기 전 남편과 딸을 보게 되어 기뻐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남편의 사과를 받아주며 용서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고, 이에 절망한 남작은 까마귀 횃대에 돌아와 술을 마신 다음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하고 만다.

 

 

게이머들에게 PTSD를 안겨주는 위쳐 제작진...

 

 

반대로 게롤트가 나무정령을 죽여버렸다면 늪지대의 아이들은 크론에게 먹힌다. 때문에 게롤트는 늪지대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을 잃은 충격에 미쳐버린 안나를 보게 된다. 그건 저주에 걸린 게 아니라 일련의 사건으로 정신이 나간 거라 게롤트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후 피의 남작은 안나의 치료를 위해 푸른 산맥의 은둔자에게 가보겠다며 벨렌 통치자의 지위를 버리고 아내와 떠난다. (※ 후에 공식 10주년 영상을 보면 남작은 아내와 딸과의 관계를 어느 정도 해소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아이들이 다 잡아먹히는 게 정규 루트.)

 

어떤 선택을 하던, 게롤트는 안나의 행방을 찾아준 시점에서 일단 약속대로 시리에 대한 정보를 남작으로부터 전해 듣는다. 시리는 지치고 힘든 상태로 무인지대로 왔으며 피의 남작의 손님으로 푹 쉬다가 다시 어딘가로 떠났다고 했다.

 

 

고작 이거 들을라고 그 고생을... ㅡㅡ

 

 

이후 게롤트는 시리의 또 다른 목격 정보가 있는 도시 <노비그라드>로 향했다. 노비그라드는 인구수 3만 명으로 북부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대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도시 내부는 완전히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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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그라드는 르다니아 영토 내에 위치하지만 철저한 독립국가였다. 200년 가까이 어떤 왕의 직접적인 지배도 받지 않은 것으로 유명했으며 정치적으로도 완벽히 중립국이었다. 그곳에서 게롤트는 트리스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노비그라드에는 그녀에 대한 현상금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터널 파이어>라는 교단 때문이었다.

 

 

위쳐 세계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교단 <이터널 파이어>

 

 

노비그라드는 이터널 파이어에 의해 난장판이 된 상황이었다. 그들은 앞으로 다가올 영원한 겨울에 대한 예언을 위시하여 그 겨울을 견디게 해줄 '영원한 불'을 신봉한다는 반오컬트 단체로, 기본적으로 도덕적 교리를 내세워 사람들을 도와주는 좋은 종교처럼 이미지화했지만 실상은 온갖 사이비 교리로 사람들을 선동하여 마녀사냥과 종족 차별을 일삼는 집단이었다. 특히 천구의 결합 이후 그들 세계로 건너온 존재들과 힘(마법), 즉 마녀와 마법사, 연금술사, 위쳐, 괴물은 물론이고 드워프와 엘프 등의 비인간들까지 탄압했다. 심지어는 아무 죄 없는 노파를 잡아다 고문해서 거짓 자백을 받아내고 마녀로 몰아 화형시키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했다. 그들 교단과 연관된 불량배들은 무슨 짓을 저질러도 항의할 수 없었으며 그저 그들은 사회적 소수자들을 탄압할 궁리에만 눈이 뒤집혀 있었다. (근세 유럽에서 한창 막나가던 시절의 카톨릭이나 스페인의 종교재판 광풍에서 안 좋은 것들만 가져오면 딱 이터널 파이어가 된다.)

 

이와 같은 배경에는 마녀와 마법사를 극도로 증오하는 라도비드 5세가 사태를 더욱 조장한다는 점도 영향이 컸다. 라도비드는 아레투자 마법학교까지 공중분해시키고 선생과 학생들은 모조리 처형하거나 감금해버렸다.

 

 

겉보기는 화려해도 속은 썩어있는 북부 최대의 자유도시 <노비그라드>

 

 

이처럼 대대적인 마법사 박해 때문에 한때 테메리아의 자문관이었던 트리스는 마녀 사냥꾼들에 의해 재산을 모두 잃고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밖을 나갈 때는 두건을 꼭 둘러썼으며 일거리를 얻기 위해 창고에서 쥐를 쫓는 등 비루한 일을 하며 항상 쩔쩔 매야 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노비그라드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박해를 받는 다른 마법사와 연금술사들의 탈출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사람들과 함께 박해가 없는 북쪽의 나라 코비어로 떠나기 위해 자금을 마련 중이었다.

 

 

전작에서 연인 관계는 끝났지만, 내심 게롤트를 잊지 못하고 있는 트리스

 

 

노비그라드에는 트리스 외에도 낯익은 얼굴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오래전 타네드 섬에서 만난 적이 있던 정보국 요원 딕스트라였다. 한때 필리파와 함께 르다니아의 공동 섭정이었던 그는 2차 전쟁의 정전협정 이후 라도비드가 취임할 시점에 선왕 비지미르의 암살 혐의 의혹을 받고 도망쳐 지금은 노비그라드 4대 갱단 중 한 파벌의 보스가 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는 라도비드 5세를 매우 증오했으며 자신을 모함한 자로 한때 연인이었던 필리파를 의심했다. 다만 나름 사소한 것에 얽매이는 성격은 아니라서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렸던 게롤트에게 특별히 적대감은 보이지 않았으며 그동안 트리스를 숨겨주거나 이런저런 일을 의뢰하는 등 그녀를 돕기도 했다.

 

오히려 그보다는 필리파의 상황이 훨씬 좋지 않았다. 그녀는 라도비드 5세에 의해 두 눈을 뽑인 채 도주한 이후로 장님이 된 채 한동안 마녀 사냥꾼들을 피해서 숨어 살았다. 그러다 일전에 사귀다 차버린 마법사 아서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그는 필리파에게 안전을 위해 올빼미로 변신해 있으라고 조언을 해준 후 그녀가 올빼미로 변신하자마자 마법을 쓰지 못하도록 다리에 디메리티움 반지를 채워 버렸다. 하지만 마법사 사냥이 본격화되면서 아서는 붙잡혀 처형당하고 그의 저택은 경매에 붙여지는데 이때 그의 재산(?)이 되어버린 올빼미도 경매에 붙여졌다. 그리고 하필 이 올빼미를 졸탄이 구매했고, 또 하필 그는 도박을 하다가 이 올빼미를 도박 빚으로 처분해 버렸다. 영영 그녀의 행적을 잃어버릴 뻔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트리스는 올빼미가 남기고 간 깃털 하나를 손에 넣어 그것을 단서로 필리파가 딕스트라의 목욕탕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목욕탕에서의 한 차례 소동으로 붙잡힌 필리파는 딕스트라에 의해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필리파는 그의 억울한 누명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적극 항변했으며 더불어 라도비드 5세를 끌어내리기 위해서는 그녀가 필요하다는 게롤트의 설득으로 딕스트라는 결국 필리파를 놓아주었다. (딕스트라의 누명에 관련한 필리파의 주장의 진실은 명확하지 않다.)

 

 

때아닌 올빼미 찾기 소동.

 

 

중립국 노비그라드에는 걸렛의 레토도 몸을 숨기고 있었다. 반년 전 사건 이후,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진 그는 에미르 황제에게 버림받고 각종 현상금 자객들에게 시달림을 받고 있었다. 게다가 북부의 왕을 둘이나 죽였던 지라 남과 북 양쪽에게 쫓겨 어디도 갈 곳이 없었다.

 

레토는 노비그라드에서 자신을 찾아온 게롤트와 함께 자신의 위치를 밀고한 배신자를 색출해 응징했다. 그리고 대범하게도 현상금 사냥꾼들이 있는 곳으로 홀로 찾아갔다. 그는 게롤트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간섭하지 말라고 당부하고는 현상금 사냥꾼들과 대치하다가 그들 중 한 석궁수가 쏜 화살에 맞아 사망했다. 사냥꾼들은 그의 목에 걸린 바이퍼 교단의 메달을 현상금 수령 증거용으로 가지고 사라졌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레토는 다시 깨어났다. 사실 석궁수는 이미 레토에게 매수된 상태였다. 레토가 그에게 준 특별한 독을 화살에 바르게 하여 자신의 죽음을 위장한 것이다.

 

게롤트는 사냥꾼들이 그의 목을 따서 시신을 훼손하려 했으면 어쩔 뻔했냐고 물었지만 레토는 그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거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아마 그랬더라도 가사 상태에 빠졌기에 고통스럽게 죽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게롤트는 그에게 케어 모헨에 가보라고 조언했지만 폐 끼치는 것이 싫었던 그는 썩 내키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후 그는 어딘가로 조용히 떠난다.

 

 

죽음을 위장해 자신의 존재를 지워버린 레토.

 

 

한편 시리의 행방을 알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단델라이언이었다. 정보에 따르면 단델라이언은 얼마 전까지 시리와 함께 있었다. 이에 게롤트는 졸탄과 함께 단델라이언을 행적을 수소문하는데, 이 과정에서 그는 난봉꾼으로 유명한 단델라이언조차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 그의 진정한 연인, 프리실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다. 

 

그녀는 졸탄과 게롤트가 함께 들른 한 펍의 무대 위에서 잔잔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노래와 함께 나타났다. 그녀는 바람둥이 단델라이언이 다른 여자와 놀다가도 저도 모르게 그녀를 찬양해서 여자들에게 핀잔을 듣게 할 정도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존재였다.

 

※ 참고로 게임 내에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 The Wolven Storm(지금 이 게시물의 브금)은 게롤트와 예니퍼의 사랑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다. 노래에 Your scent, berry's tart, lilac sweet라는 구절이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예니퍼를 상징하는 향인 라일락과 구스베리에서 따온 구절이다.

 

 

게임 내에서 상당히 인상적으로 등장하는 음유시인 프리실라

 

 

수소문 끝에 알아낸 단델라이언의 행적은 매우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는 이터널 파이어 교단의 마녀 사냥꾼들에게 붙잡혀 갇혀 있었다. 당시 단델라이언과 함께 있던 시리는 단델라이언에게 자신의 고장난 성구함(phylactery)을 고쳐달라고 부탁했고, 이에 단델라이언은 노비그라드의 갱단 세력 중 하나인 <사생아 주니어>에게 이 성구함을 수리해줄 사람을 물색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생아 주니어는 대신 단델라이언에게 딕스트라의 보물창고에 있는 막대한 돈을 훔치는 것을 도와주면 요청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이를 수락한 단델라이언은 미션을 정직하게 수행하려 했으나 이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던 이터널 파이어 교단의 사령관 캘럽 멩게에게 돈을 강탈당하고 만다.

 

사생아 주니어는 단델라이언이 돈을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하고 그의 절친인 두두를 붙잡아 고문을 하여 단델라이언의 소재를 캐물었다. 이에 시리와 단델라이언은 함께 힘을 합쳐 두두를 구출했으나 이후 그들은 사생아 주니어와 마녀 사냥꾼들로부터 동시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결국 시리는 포탈을 통해 이계로 달아났고 단델라이언은 마녀 사냥꾼들에게 붙잡혀 감옥에 갇힌 것이다. (시리가 버리고 간 건 아니고 단델라이언도 도망칠 수 있었으나 얼떨결에...)

 

캘럽 멩게는 자신이 돈을 착복한 사실이 탄로날까봐 단델라이언에게 누명을 씌워 처형하려 했다. (딕스트라를 비롯한 4대 갱단은 이터널 파이어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 이 사실을 안 게롤트는 트리스, 졸탄와 함께 캘럽 멩게를 쓰러뜨리고 단델라이언의 호송 열차를 습격하여 그를 구출해냈다.

 

모든 일이 마무리된 후 단델라이언은 게롤트에게 시리가 노비그라드를 떠났다고 전했다. 이후 단델라이언은 프리실라와 함께 노비그라드의 남동쪽에 펍을 차려 숙박, 술, 음식과 함께 무용수와 가수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공연을 하는 일종의 극장식 캬바레를 운영하기로 한다. 프리실라는 성매매 업소를 차리는 것 아니냐고 투덜댔지만 그런 것은 없고 오로지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이었다. 사실 단델라이언은 오래전부터 이런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이후 그는 난봉꾼으로써의 이미지를 털고 이제부터 오로지 프리실라만을 위해 살겠다고 선언한다.

 

 

졸탄 : 니가?? 얼마나 갈까?? 으하하하!!

 

 

그사이 트리스는 박해받는 사람들과 함께 노비그라드를 떠날 자금을 얻게 된다. 어느 명문 집안의 아들이 연금술사라는 이유로 마녀 사냥꾼들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했는데, 이에 트리스에게 아들을 함께 탈출시켜 달라고 부탁하면서 탈출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것이다. 이후 트리스와 사람들은 딕스트라가 제공한 탈출선을 타고 함께 코비어로 떠난다.

 

 

이때 트리스를 붙잡으면 등대에서 모스 부호 놀이(...)를 한다.

 

 

한편 예니퍼가 향했던 <스켈리게 제도>에서 큰 마법 폭발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시리의 순간이동의 여파가 분명했다. 게롤트는 시리가 가지고 다녔다던 성구함을 챙겨서 곧장 스켈리게로 향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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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리게로 가는 길에 게롤트는 옥센푸르트 지역에서 뜻하지 않는 일에 휘말린다. 여행 경비를 얻기 위해 손을 댄 어느 가문의 의뢰를 맡으면서였다. 그들 가문의 가주 올지어드 폰 에버렉은 놀랍게도 불사의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영생의 축복이 아니었다. 절대 엮이지 말아야 할 어느 존재와 계약한 대가로 얻은 한때의 저주일 뿐이었다. 그의 영혼은 갈구받고 있었다.

 

 

위쳐3 첫 번째 확장팩. <하츠 오브 스톤>

 

 

올지어드는 한 여자를 사랑했다. 옥센푸르트 세도가 집안의 딸인 이리스였다. 올지어드는 그녀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리스 역시 올지어드를 진심으로 사랑해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약혼한 이후 올지어드의 집안은 악재가 겹쳤다. 부동산에 투자했던 것이 실패한데다 소송에도 지면서 경제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올지어드는 이웃의 볼소디 가문에게 빚을 졌다. 하지만 올지어드가 돈을 다시 모으기도 전에 볼소디는 강제로 채무 기한을 줄여서 올지어드 가문의 재산을 모두 몰수해버렸다. 결국 빚쟁이가 된 올지어드는 몰락한 가문에게 딸을 줄 수 없다는 상대 집안에 의해 약혼마저 파혼될 상황에 처한다.

 

 

궁지에 몰린 올지어드

 

 

체면을 중요시한 이리스의 집안은 처음에 올지어드의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모욕을 참을 수 없었던 올지어드는 제안을 거부하고 다른 방법을 찾았다. 한 마녀가 알려준 소원을 들어준다는 존재를 소환하는 방법이었다. 마녀는 아주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그 존재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수천 년 동안 온갖 문화권에서 수많은 이름으로 기록을 남긴 존재, 관련 자료를 찾아 읽는 것만으로도 눈이 멀어버리는 악의 화신, 악마를 넘어선 절대적 권능을 가진 자, 군터 오딤(Gaunter O'Dimm)이었다.

 

 

크툴루 신화의 니알라토텝과 유사한 점이 많은 군터 오딤. (이니셜 G.O.D)

 

 

사실 마녀가 올지어드에게 접근한 것도 모두 군터 오딤의 의지였다. 그는 무언가를 깊이 갈구하는 대상을 물색하여 소원을 들어주는 계약을 맺음으로써 처음엔 대상에게 희망을 주곤 했다. 하지만 그 뒤엔 상대를 교묘한 함정에 빠뜨려 계약이 파기되게끔 조종하거나 대가를 받는다는 명목으로 대상의 영혼을 가져갔다. 강력한 권능을 가졌으면서도 이처럼 그에겐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그리고 그 규칙을 통해 계약자가 영혼을 지켜낸 사례는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단 1건 밖에 없었다.

 

올지어드는 이리스와 재약혼하기 위해 군터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는 자신의 가문이 잃었던 부를 회복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불멸성이었다. 군터는 그 대가로 그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의 죽음과 올지어드의 영혼을 요구했다. 이때 올지어드는 추가적인 계약 조건을 달았다. 군터가 소원을 들어주고 올지어드로부터 대가를 받기 위해선, 군터의 대리인이 '올지어드의 요구 3가지를 들어주고 계약자와 피계약자가 동시에 달 위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군터는 흥미를 느끼고 그 조건을 수락했다. 하지만 그가 추가 조건을 적용한 건 올지어드의 영혼뿐이었다. 군터는 즉시 올지어드가 사랑하는 가족, 그의 동생 블라드미르 폰 에버렉의 목숨을 가져갔다. 그리고 이후의 행보를 즐겁게 지켜보았다.

 

군터가 예상한 대로 올지어드는 얼마 못가 파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한때 미치도록 갈망했던 모든 것들이 자신이 아닌 남의 손으로 인해 마치 꿈처럼 한순간에 모두 이루어져 버리자 공허함을 느끼기 시작했으며, 동생을 죽게 만든 것에 대한 죄책감, 거기에 불멸자가 되어버린 자신은 앞으로 몇백 년이고 살 테지만 그 긴 인생 속에서조차 어떤 행복도 찾을 수 없을 것이란 걸 깨닫고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돌과 같은 마음(Hearts of Stone)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그는 더 이상 이리스를 사랑할 수 없었다. 둘의 결혼 관계는 갈수록 나빠졌고 급기야 올지어드는 이혼을 요구하는 이리스의 아버지와 말다툼 끝에 그를 죽이고 시체를 괴물들에게 던져버렸다. 이후 이리스는 마음이 피폐해진 탓에 시름시름 앓다가 올지어드가 자신을 저택에 남겨두고 떠난 순간 끔찍한 슬픔에 심장이 터져 악령이 되었다.

 

 

예정된 에버렉 가문의 비극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후, 군터는 자신이 물색한 적절한 대리인 앞에 섰다. 바로 게롤트였다. 게롤트는 군터의 농간 하에 이미 에버렉 가문의 운명에 엮이고 있는 상태였다.

 

게롤트가 맡은 올지어드 가문의 의뢰는 근처 옥센푸르트 하수도에 사는 두꺼비 모습의 괴물을 처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실 그 괴물은 이리스가 파혼했을 당시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던 외국(오피에르)의 왕자로, 이리스에게 접근하여 자신은 개구리 왕자와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를 알게 된 올지어드는 분노에 차 그를 정말로 개구리나 돼버리라고 저주했고 그 저주는 현실이 되었다.

 

게롤트는 일전에 옥센푸르트에서 만난 적이 있던 의과생 샤니와 재회하여 함께 두꺼비 괴물의 서식지를 찾아 나섰다. 샤니는 당시 학과를 졸업하고 대륙을 돌며 의술을 베풀다가 전쟁이 터진 후로는 군의관으로 징집되어 전방에서 야전군의관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최근에는 옥센푸르트에 주둔하는 병사들이 전염병에 걸리자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이었다.

 

 

다시 만난 학구열(?) 높은 여자, 샤니.

 

 

게롤트는 머지않아 하수도에서 두꺼비 괴물을 찾아냈다. 이때 그는 전투 막바지에 자신을 향해 뛰어든 두꺼비의 배를 갈랐는데 그 탓에 두꺼비의 독을 온 몸에 뒤집어쓰며 중독이 돼버린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그 장면을 마침 왕자의 저주를 풀러 바다 건너온 오피에르의 사절들에게 보이고 만다.

 

오피에르의 외국인 무리는 정신을 잃은 게롤트를 끌고 가 선박 안에 가뒀다. 왕자를 죽인 죄로 그는 꼼짝없이 능지처참을 당할 신세였다. 바로 이때, 군터가 게롤트의 눈앞에 나타났다. 게롤트는 그를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일전에 백색 과수원에서 예니퍼의 행방을 찾을 때 단서를 주고 홀연히 사라진 자였다. 그때 그는 예니퍼와 게롤트에 대해 매우 잘 아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떻게 그리 잘 아냐고 묻자 단델라이언의 발라드에서 들었다며 어물쩍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군터는 생각지 못한 순간에 다시 나타나서는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고 있었다. 게롤트는 어쨌든 감옥을 빠져나가야 했기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자 군터는 그 말을 계약 성립으로 받아들이고 게롤트의 얼굴에 낙인을 새긴 후 사라졌다. 직후 오피에르의 배는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쳐 난파하게 된다.

 

 

적절한 순간에 게롤트의 앞에 나타난 군터 오딤.

 

 

게롤트는 오피에르의 병사들과 마법사를 모두 쳐죽이고 탈출했다. 그리고 약속한 교차로에서 군터를 만났다. 군터는 오피에르의 왕자를 두꺼비로 만든 게 바로 올지어드라는 사실을 알려주며 그의 요구 3개를 들어주면 낙인을 없애주겠다고 약속했다.

 

게롤트는 보수를 받고 두꺼비 왕자에 관해서도 추궁할 겸 올지어드의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게롤트는 올지어드와 한판 붙게 되는데, 놀랍게도 올지어드는 게롤트의 검에 배를 관통당하고 목이 베어진 상태에서도 죽지 않고 태연하게 목을 다시 붙이며 농담이나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게롤트조차도 그 광경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연출 한 번 무지막지한 올지어드의 첫 등장 씬.

 

 

곧 그들 앞에 군터 오딤이 다시 나타났다. 그는 앞서 얘기한 '3개의 요구 들어주기' 조건을 상기시키며 게롤트가 자신의 대리인임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올지어드는 게롤트에게 먼저 자신의 2개의 요구 조건을 말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재산을 빼앗아갔던 '볼소디의 집을 가져올 것', 두 번째는 '자신의 동생에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줄 것'이란 내용이었다.

 

평범한 요구 같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집은 그렇다 치더라도 올지어드의 동생은 이미 예전에 죽은 상태였던 것이다. 게롤트는 첫 번째 요구를 해결하면서 올지어드의 과거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요구는 한 번 더 샤니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군터에 의해 소환된 블라드미르의 유령은 게롤트에게 빙의하여 샤니의 친구의 결혼식에 가는 것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때 게롤트는 빙의된 탓에 평소의 진지하고 시니컬한 모습과 다르게 굉장히 수다스럽고 능글맞고 경박하고 느끼한 모습(...)을 보여준다. 샤니에게도 적극 들이대는데 그녀는 게롤트의 태도가 진심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싫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블라드미르의 혼령이 무덤으로 돌아간 후 게롤트는 샤니와 좀 더 내밀한 시간을 가졌다. 호수에 보트를 타고나가 달빛 아래에서 사랑을 나누며 '나를 달까지 데려다 달라'는 샤니의 요구를 충실(?)하게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다시 군의관이 되어 전선으로 떠나겠다며 게롤트에게 작별 인사를 전했다. 자신은 잠시 같이 있을 사람 말고 평생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한데, 게롤트가 명확히 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 소설상에서 샤니는 80살까지 천수를 누리는 것으로 나온다. 평생 미혼으로...)

 

 

게롤트 너어는 진짜...

 

 

올지어드의 마지막 3번째 요구는 자신의 아내, 이리스에게 준 푸른 장미를 가져와달라는 것이었다. 이 역시 쉬운 의뢰는 아니었다. 이리스는 죽은 지 한참 됐으며 따라서 꽃도 시들어 이미 먼지조차 남지 않았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게롤트는 이리스가 거주하던 저택으로 가 그녀의 시신을 찾아 묻어주었다. 그리고 이리스의 악령에 의해 인도된 '그림의 세계(이리스의 사념이 씌워 창조된 세계)'로 가서 그녀와 올지어드의 과거를 모두 목격하고 악령의 주체를 무찌른다. 이후 이리스는 게롤트가 찾던 푸른 장미를 건네주고 해방되어 안식을 누린다. 이때 저택에 있던 개와 고양이(올지어드가 흑마법으로 소환한 악마 같은 존재들)도 같이 해방되는데, 사라지기 전에 게롤트에게 군터에 관한 힌트를 남겨준다. '깨지지 않는 거울'을 찾으라는 말이었다.

 

이즈음 게롤트는 올지어드와 자주 만난 적 있는 어느 교수에게 조언을 듣는다. 오컬트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던 그 교수는 초월적인 존재인 군터를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나 그와 영혼을 건 내기에서 승리한다면 본인에게서 멀리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러나 교수는 군터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입을 놀린 대가로 마음이 산산이 부서진 채로 죽게 된다.

 

올지어드의 모든 요구를 이뤄낸 게롤트는 마지막으로 군터와 올지어드가 있는 벨렌의 한 사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군터는 마지막 계약 내용인 '달 위에 서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억지로 완성하여 올지어드의 영혼을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이때 게롤트는 군터의 행위를 방관하여 그에게 보수를 받고 그냥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게롤트는 교수의 조언대로 군터에게 영혼을 건 내기를 제안했다. 그것은 군터가 내는 수수께끼를 맞히는 것이었다. 이를 수락한 군터는 게롤트를 자신이 만든 초자연적인 세계로 밀어 넣고 문제를 냈다.

 

"저는 모든 물건과 사람들에게 관여합니다. 하지만 일부는 절 피하고 경멸하죠. 미쳐버릴 때까지 절 쓰다듬고 유혹하세요. 하지만 어떤 것도 절 해하고 고통 줄 수 없어요. 아이들은 제게서 즐거움을 얻죠. 노인들은 두려워하고요. 아름다운 아가씨는 기뻐하고 빙빙 돌아요. 우세요. 전 흐느낄 테니. 하품하세요. 전 잠들 테니. 웃으세요. 그럼 저도 미소 지을 테니. 말해주세요. 전 무엇일까요?"

 

 

흠터레스팅...

 

 

답은 물론 거울이었다. 그러나 군터는 주변의 모든 거울을 깨부숴 게롤트가 답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이에 게롤트는 고양이가 알려주었던 힌트를 단서로 깨지지 않는 거울, '물'을 찾아내어 내기에서 승리했다. 그러자 군터는 마침내 본 모습을 드러내고 부스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게롤트에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는 다른 차원으로 사라졌다.

 

직후 게롤트와 올지어드는 돌의 심장도, 얼굴에 난 낙인도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올지어드는 게롤트에게 큰 빚을 졌다며 자신의 가문의 보검 '이리스'를 선물로 주었다. 이때 올지어드는 실수로 손이 칼에 베이지만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고통을 감사히 곱씹고는 게롤트에게 작별을 고했다.

 

 

두 번째 확장팩 <블러드 앤 와인>의 이야기는 직접 플레이해서 확인해보자.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시간을 낭비한 게롤트는 다시 스켈리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엔 더 큰 정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그들의 왕이 죽었기 때문이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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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개의 섬이 모인 군도 스켈리게는 거친 바다에서 근처 대륙이나 무역하는 선박들을 약탈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인 험준한 지역이었다. ('스켈리게'는 바위를 뜻하는 아일랜드어다.) 기본적으로 외지인에게 매우 배타적이나 뛰어난 전사를 좋아하는 탓에 위쳐에게만큼은 타 지역보다 대우가 좋았다.

 

 

북유럽 아일랜드와 바이킹을 모티브로 한 지역 <스켈리게>

 

 

게롤트가 스켈리게에 도착했을 때, 그곳엔 스켈리게의 왕이었던 브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다. 이로 인해 다음 왕위에 대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왕 후보자는 다음 3명이었다.

 

먼저 스반리게. 전대 왕 브란의 미망인 비르나의 아들인 그는 평소 유약한 성격을 가져 스켈리게의 왕으로써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자였다. 하지만 비르나는 아들을 반드시 왕위에 앉히고 싶어 모종의 계략을 꾸민다. 만약 게롤트가 비르나의 음모를 파헤치는데 공헌을 한다면, 그녀는 결국 믿었던 아들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음모가 탄로나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의외로 스반리게가 어머니와 달리 명예를 중시하는 성격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스반리게의 그런 명예로운 행동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역시 어머니의 죄 때문에 모든 걸 잃고 추방된다. 어머니의 과도한 치마폭이 모든 걸 망친 셈이었다.

 

반면 게롤트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스반리게는 비르나의 의도대로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반대로 상대 부족(후에 게롤트에게 큰 도움이 될) 집안은 작살이 난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세간의 평가와 달리 스반리게는 건방진 닐프가드의 대사를 도끼로 쳐죽이는 등 의외로 배짱 있는 모습을 보여 스켈리게인들에게 만족감을 준다. 이후 스반리게는 닐프가드에게 저항하면서 숙청을 통해 스켈리게에 절대군주정을 성립한다.

 

 

어머니 치마폭 필요 없거든요!

 

 

다음은 얄마르. 그는 생각보다 주먹이 먼저 움직이는 저돌적인 성격이었다. 따라서 그가 왕이 될 경우 스켈리게는 내정에 힘을 쓰느니, 외교를 하느니, 안정을 꾀하느니 하는 등의 대륙식 정치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게 된다. 다만 굉장히 인성이 좋고 의리와 명예를 중시하는 타입이라 스켈리게인들의 우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다. 실제로 그가 게롤트의 도움으로 왕이 될 경우 스켈리게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닐프가드 해안을 약탈하고 전쟁하고 피를 흘리며 살아가게 된다.

 

얄마르는 어렸을 적 시리가 스켈리게에 있을 때 친해진 계기로 한동안 시리와 결혼하겠다고 떠들고 다닌 적도 있었다. 그들의 인연은 그의 아버지이자 스켈리게의 다섯 부족 중 하나인 안 크라이트 부족을 이끄는 족장 크래치 덕분이었다. 크래치는 오래전 파베타에게 반해 그녀에게 구혼하기 위해 털북숭이(에미르)와 경쟁한 바가 있었다. 그때의 인연으로 크래치는 게롤트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 1차, 2차 북부 전쟁 때 스켈리게 함대를 이끌고 많은 공적을 세웠던 지라 스켈리게인들에게 그는 살아 있는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기에 마음먹으면 자식들이 아닌 본인이 직접 왕위 경쟁을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미래 세대에게 왕위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스켈리게를 이전과 변함없이 이끌 얄마르

 

 

마지막 왕위 후보는 얄마르의 여동생 세리스였다. 무식한 근육머리 오빠와는 달리 그녀는 신중한 성격을 가졌다. 물론 나약한 것은 절대 아니며 전쟁 경험도 풍부하고 한 성격 하는 여장부였다. 아버지 크래치의 평가로는 그녀는 '스켈리게에서 더운 여름만큼 귀중한 인내심을 가졌으며 무언가 선택하는데 대단히 신중하지만, 한 번 결정하면 끝까지 밀고 가는 고집'을 가졌다고 했다. 왕위 계승에 관련해서 모략을 펼치는 비르나의 음모를 파헤친 것도 그녀의 활약이 컸다.

 

만약 게롤트가 세리스를 도와 그녀를 여왕으로 즉위시키면, 당장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후에 아버지가 사망하고 홀로서기를 하고 나면 그녀는 스켈리게에 큰 변혁을 가져와 진정한 여왕으로 거듭난다. 이전의 왕들처럼 외국 해안을 약탈하지 않고 계몽적인 통치 하에 내치, 외치에 모두 힘을 쓰기 때문이다. 스켈리게가 지켜오던 발톱이 무뎌졌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스켈리게에 이전에 없던 번영을 불러온다.

 

 

스켈리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여군주 세리스

 

 

게롤트는 스켈리게의 왕위 경쟁에 휘말리는 한편 예니퍼와 합류하여 얼마 전에 있었던 마력 폭발에 대한 조사를 함께 시작했다. 먼저 그들이 주목한 것은 '우로보로스의 가면'이라는 아이템이었다. 그 가면은 어떤 사건의 현장에서 사용할 경우 과거에 그 현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여주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다만 귀한 물건이었기에 함부로 쓸 수 없어 몰래 잠입해서 훔치려 하는데, 이때 발동된 함정을 피하기 위해 두 사람은 어딘가로 급히 텔레포트한다. 그곳은 다름 아닌 여관이었다. (선택지 잘못 택하면 X)

 

바쁜 와중에도 예니퍼는 뜯어진 옷을 꿰매겠다며 자연스럽게 옷을 벗었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여관 내에 박제된 유니콘 등에 걸터앉아 간만에 두런두런 즐거운 대화(?)를 나눈다.

 

 

그래서... 트리스가 더 화끈해? 내가 더 화끈해?

 

 

이즈음 예니퍼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자꾸만 헤어짐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다시 만나는 게롤트와 자신은 정말 진심으로 사랑해서일까? 아니면 그저 오래전에 게롤트가 빌었던 지니의 소원 때문일까? 그때로부터 한참이 지났지만, 예니퍼는 자신의 감정이 지니의 마법 때문인지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마법을 풀어야 했다.

 

예니퍼는 지니 소환법을 연구한 마법사를 찾아가 우여곡절 끝에 지니를 다시 소환했다. 그리고 자신과 게롤트를 묶고 있는 연결고리를 끊어달라고 소원을 말했다. 그렇게 마침내 족쇄가 풀린 후, 예니퍼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는 여전히 게롤트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게롤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떻느냐고. 

 

 

플레이어의 선택은? 예니퍼? 트리스?

 

 

한편 우로보로스 가면의 사용으로 게롤트와 예니퍼는 시리가 역시 큰 마력 폭발을 일으키며 이계로 도망갔다는 것과 그녀를 도와주는 어느 '마법사'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스켈리게의 섬 중 하나인 <힌다스피알>에 있었다는 정보도 입수한다. 

 

힌다스피알에는 시리의 탈출을 도와주었던 한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그 탓에 힌다스피알의 마을은 와일드 헌트에게 초토화가 되어 버렸고, 이 불명예를 씻으려다가 청년 본인도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게롤트와 예니퍼는 사용이 금지된 흑마법을 사용해 스칼을 되살린 후 시리의 행적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이를 통해 그들은 시리가 엘프 마법사인 아발라크란 자의 도움으로 도망쳤으며, 이 아발라크는 기괴한 모습을 한 우마에게 갇혀 있을 거란 사실까지 알아냈다. 

 

게롤트는 즉시 피의 남작의 거주지인 까마귀 횃대로 돌아가 우마를 데리고 케어 모헨으로 향했다. 예니퍼는 케어 모헨에 먼저 가서 우마의 저주를 풀기 위한 의식 준비를 진행했다. 얼마 후 우마가 케어 모헨에 도착하자 장시간에 걸친 예니퍼의 위험한 의식이 진행되었고, 결정적으로 시리가 가지고 다녔던 '성구함'의 활용 덕분에 마침내 우마의 몸에서 엘프 마법사 아발라크를 간신히 꺼내는데 성공하게 된다.

 

 

우마, 성구함... 그간 게롤트의 노력은 다행히 헛된 일만은 아니었다.

 

 

아발라크는 본모습을 되찾았다. 그는 시리가 <안개의 섬>에 있다고 했다. 그는 시리의 지금까지의 행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밝혀지는 시리의 그간의 행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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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는 다른 세계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다 와일드 헌트가 자신의 흔적을 놓쳤을 거라 생각하고 예니퍼와 게롤트를 찾기 위해 본래 세계로 돌아왔다.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스켈리게 지역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곧장 와일드 헌트에게 쫓기기 시작했고, 그녀는 포탈을 통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지긋지긋한 와일드 헌트의 추격

 

 

다음으로 발 디딘 곳은 마녀 크론들이 살고 있는 곱사등이 늪지였다. 그런데 이 마녀들은 사람을 잡아먹는 말종들인데다 시리의 고대 혈통까지 노렸기에 시리는 다시 도망쳐야 했다. 한편 그녀를 돕던 아발라크는 전투 중 걸린 저주로 인해 약화되어 포탈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었기에 다른 곳으로 떨어져 시리와 헤어지고 만다. 그동안 시리는 벨렌에 도착하여 피의 남작의 호의로 한동안 푹 쉬지만 계속 머무를 경우 주변에 피해를 입힐 수 있기에 다시 길을 떠났다.

 

남작을 떠난 시리는 이번엔 대도시 노비그라드로 향했다. 아발라크가 저주로 인해 계속 약화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리는 단델라이언을 만나 저주를 푸는데 핵심적인 도구인 '성구함'을 고치려 했다. 그러나 일이 틀어져 단델라이언과 함께 쫓기다 다시 순간이동으로 도망친다.

 

다음 지역은 다시 스켈리게였다. 스켈리게의 작은 섬 힌다스피알에 떨어진 그녀는 한 청년의 도움으로 부상을 회복하고 다시 만난 아발라크와 함께 와일드 헌트의 추격을 피해 도망쳤다. 아발라크는 시리를 안개의 섬에 숨기는데 성공했으나 결국 저주로 인해 기형체인 우마로 변하게 되었고, 장난감 취급을 받으며 이리저리 팔려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피의 남작의 횃대로 가게 되었다.

 

 

고독한 도망자 생활

 

 

우마의 저주를 풀고 그간의 행적을 들은 게롤트와 예니퍼는 곧장 안개의 섬으로 향했다. 그곳의 외딴 오두막에는 일곱 난쟁이가 조용히 누워 있는 시리를 지키고 있었다. 게롤트는 시리가 죽은 줄 알고 크게 상심했으나 다행히 그녀는 가사상태에 빠져 있었을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게롤트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가진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을 폭발시키는 시리

 

 

곧 시리는 케어 모헨으로 돌아가 예니퍼와 트리스, 베스미어와도 만났다. 예니퍼는 거의 비명을 지르는 수준으로 감격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아직 마음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었다. 와일드 헌트는 턱밑까지 쫓아와 있었다.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만반의 준비가 필요했다. 이때 게롤트는 지금까지 자신의 인맥을 십분 활용한다. 그는 스켈리게의 전사들을 비롯해 졸탄, 레토, 딕스트라, 버논 로치, 키이라, 그리고 에미르 황제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물론 이중에는 요청을 수락한 자도 있고, 거절한 자도 있었다.

 

※ 키이라는 일전에 그녀가 라도비드 5세와 결탁하려는 과정에서 게롤트와 잠자리까지 가지며 엮인 바가 있는데, 이때 그녀를 설득해 케어 모헨으로 보냈어야 전투에 참여한다. 만약 그러지 않았을 경우 그녀는 라도비드에 의해 화형보다 고통스럽다는 꼬챙이형을 당해 끔찍하게 죽는다.

 

 

플레이어의 행보에 따라 러브씬은 물론 전투 동료로도 참여시킬 수 있는 키이라

 

 

얼마 후, 예상대로 에레딘이 이끄는 와일드 헌트의 군대가 케어 모헨으로 쳐들어온다. 위쳐 일행을 비롯해 그들을 도우러 온 많은 용병들이 와일드 헌트와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게롤트, 레토, 그리고 늑대파 위쳐 램버트는 함께 성밖으로 나가 게릴라전을 펼쳤으며, 트리스는 1급 마법사다운 강력한 화염 마법으로 공성전에서 큰 활약을 보였다. 예니퍼는 특히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케어 모헨 성 주변에 마법 장벽을 만들어 와일드 헌트의 공격을 차단하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전투가 길어지면서 마법 장벽에 너무 많은 힘을 쏟은 탓에 결국 탈진해서 쓰러진다. 

 

 

치열한 케어 모헨 전투

 

 

예니퍼의 마법 보호막이 무너지자 와일드 헌트 측의 강력한 냉기 마법에 의해 게롤트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얼어붙고 만다. 오직 베스미어만이 몰아치는 한파를 예측하고 몸을 날려 시리와 함께 돌담 뒤에 숨었다. 그렇게 전황이 기울어지자, 에레딘과 그의 최측근 임레리스를 비롯한 와일드 헌트 수뇌부들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와일드 헌트의 총사령관 임레리스.

 

 

베스미어는 와일드 헌트 최강의 전사 중 하나라는 임레리스와 용감히 맞섰다. 그러나 결국 중과부적으로 붙잡혀 시리의 투항을 유도하는 인질 신세가 되었고, 이에 베스미어는 죽음을 각오하고 임레리스의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은 후 그에게 목이 부러져 죽는다.

 

베스미어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시리는 절규하며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 힘은 불리했던 전황을 한 번에 뒤집을 정도였다. 견디지 못한 와일드 헌트 모두가 퇴각할 정도로. 에레딘은 몸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어떻게든 그녀를 데려가려 했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간신히 빠져나왔다.

 

 

오래전 그녀의 어머니 파베타처럼 폭주하는 시리

 

 

그날 밤, 살아남은 케어 모헨의 일행과 시리는 베스미어의 장례식을 치렀다. 시리는 임레리스에게 반드시 복수하고 싶었다. 그녀의 설득으로 게롤트는 시리와 함께 임레리스가 있는 벨렌의 민둥산으로 곧장 향했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뜻하지 않은 베스미어의 죽음

 

 

임레리스는 자존감과 과시욕이 매우 높은 자였다. 그는 평소 벨렌의 민둥산에서 서큐버스들과 문란한 파티를 즐기며 살고 있었다. 게롤트와 시리는 그곳의 크론들과 먼저 싸워야 했다. (이때 시리는 크론 한 마리에게 위쳐 메달을 빼앗기고 놓치는데, 만약 나중에 배드 엔딩을 볼 경우 게롤트는 홀로 크롤의 소굴에 찾아가 메달을 되찾은 후 시리를 그리워하며 슬퍼한다.)

 

 

곧장 임레리스의 본거지로 쳐들어간 게롤트와 시리

 

 

임레리스의 최후는 간단한 문답과 함께 게롤트의 손에 의해 맺어졌다. 임레리스가 게롤트의 목을 잡고 절벽에서 떨어뜨리려 할 때, 임레리스는 그에게 어디서 그런 싸움 방법을 배운 거냐 물었고, 게롤트는 당연한 답을 알려주었다.

 

"네가 죽인 위쳐에게서."

 

대답과 함께 게롤트는 이그니 표식을 이용해 임레리스의 얼굴을 지져버렸다. 그리고 임레리스의 철퇴로 그의 머리를 내리쳐 끝을 맺는다.

 

 

베스미어의 복수를 이룬 게롤트

 

 

케어 모헨 전투 이후 시리는 더 이상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남들이 죽는 모습은 보기 싫다며 아발라크와 함께 시공간의 힘을 다루기 위한 수련을 시작했다. 그동안 게롤트와 예니퍼는 와일드 헌트를 물리칠 방안을 고민했다. 

 

예니퍼는 우선 마법사들의 힘을 모으기 위해 로지 오브 소서리스 지부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그녀는 먼저 에미르를 설득해 닐프가드 감옥에 갇혀 있던 프린질라를 석방시키고 로지의 수장이었던 필리파를 회유했다. (트리스는 엘프 마법사인 이다와 핀다베어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아시르는 전작 록무인에서 이미 죽었다.)

 

필리파는 에미르로부터 이제껏 저지른 죄를 묻지 않고 소서리스 지부도 다시 세워주겠다는 약속을 받고서 게롤트에게 협조했다. 또한 예니퍼는 르다니아의 마녀사냥으로 옥센푸르트 감옥에 갇혀 있던 친구 마가리타와 쉴라(전작에서 살아있다면)도 구해냈다. 다만 쉴라는 심각한 고문을 당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전히 피폐해진 상태였기에 더 이상의 삶을 포기하고 게롤트에게 부탁해 목숨을 끊는다. (거절하면 예니퍼가 대신 죽인다.)

 

 

차라리 전작에서 죽였으면 그녀는 더 편하게 죽었을 것이다.

 

 

이즈음 게롤트는 그동안 만약 트리스와 예니퍼 둘 모두를 듬뿍 아끼고 사랑해주었다면 그녀들로부터 달콤한 제안을 받는다. 그녀들은 자신들을 사랑해준 보답을 하겠다며 게롤트를 근처의 물총새 여관으로 불러들였다. 그를 위한 아주 특별한 시간을 준비했다면서. 그날 저녁, 게롤트는 단숨에 여관으로 달려갔다. 지금 와일드 헌트고 뭐고 중요한 게 아니었다. 여관에 도착하자 예니퍼와 트리스는 모두 속옷 차림을 한 채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게롤트는 한껏 들뜬 마음으로 금세 그녀들과 같은 차림새가 되었다. 

 

그러나... 잠시 후 게롤트는 자신이 지금껏 해온 행동의 응당한 대가를 받게 됐음을 알게 된다. 그녀들은 게롤트에게 수갑을 채워 침대에 묶은 뒤 떠나버렸다. 덕분에 게롤트는 다음날 단델라이언에게 발견될 때까지 기나긴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많은 게이머들을 엄청난 후회와 반성을 하게 만든다는 전설의 그 이벤트.

 

 

한편 스켈리게와 닐프가드도 전쟁을 접어두고 와일드 헌트와의 싸움에 힘을 보태기로 결정했다. 최종 결전지로 선택된 곳은 스켈리게였다. 이와 같은 결정에는 현재 아엔 엘르 엘프족을 이끌고 있는 총독 게엘스의 도움이 있었다. 그는 게롤트와 아발라크가 전해준 오베론 국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듣고 슬퍼하며 게롤트 일행이 에레딘과 상대하는 것을 돕기로 했다. 에레딘과 그의 함선 나글파를 스켈리게 앞바다로 끌어내서 원하는 장소, 원하는 방식으로 싸울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에레딘에게 일체의 구원 병력을 보내주지 않기로 함으로써 암묵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오베론의 뒤를 이어 아엔 엘르족을 이끄는 게엘스

 

 

모든 준비를 마친 게롤트 일행은 최후의 싸움을 위해 스켈리게로 향했다. 이때 스켈리게로 이동하는 배의 선실 안에서 마가리타는 필리파에게 무심코 한마디 한다.

 

"이 배에 탄 소서리스들이... 우리를 제외하고는 전부 게롤트와 한 번씩은 동침한 사이라는 게 뭔가 이상하지 않아?"

"여기 있다가 우리도 그 콜렉션에 들어갈 수도 있지."

 

게롤트는 뼈를 맞는 아픔을 느꼈다. 아니 도대체 소서리스들은 남의 은밀한 사생활을 어떻게 아는 거지? 어쨌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일행은 스켈리게의 운드비크 섬에서 마침내 와일드 헌트와 전면전을 벌인다. 와일드 헌트의 파상공세는 그들이 지금껏 전장에서 만난 그 무엇보다 강력했다. 닐프가드와 스켈리게의 함대는 큰 피해를 입으며 힘겹게 싸워야 했다.

 

 

마침내 시작된 최후의 싸움

 

 

시리는 같은 시공간의 힘 이용자인 카란티어와 맞붙었다. 그의 마법에 의해 스켈리게와 닐프가드 군대가 얼어붙고 있었기에 어떻게든 먼저 막아야 했다.

 

카란티어는 오래전 아발라크의 고대 혈통 연구의 일환으로 태어난 일종의 개량종이었다. 시공간을 다룰 수 있는 능력 유전자가 있는 엘프 남녀들을 교배해서 만들었으며 태어난 이후에도 아발라크가 직접 가르쳤다. 그러나 그는 결국 스승인 아발라크에게 등을 돌리고 에레딘의 수하가 되었다.

 

시리는 카란티어의 마법 지팡이를 깨뜨려서 서리 마법을 막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그의 손에서 탈출했다. 이후 카란티어는 대신 난입해온 게롤트를 상대하다가 결국 그의 칼에 쓰러진다. 그는 최후의 발악으로 게롤트를 붙잡고 물속으로 공간이동을 했으나 결국 혼자서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버린다. 이후 게롤트는 와일드 헌트의 전함인 나글파로 이동하여 마침내 킹 오브 와일드 헌트, 에레딘과 마주한다.

 

 

포스만 넘치고 실제로 전투 패턴은 뻔해서 의외로 싱거운 에레딘

 

 

게롤트는 손쉽게 힘겨운 사투 끝에 에레딘을 쓰러뜨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아발라크가 모두를 속였다는 것, 시리도 그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유언이었다. 직후 게롤트는 아발라크와 시리가 사라지고 천구의 결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괴물과 거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운석이 수도 없이 떨어짐에 따라 운드비크 전역이 초토화되었으며 대륙에도 대재앙의 전조가 드리워졌다. 오래전에 게롤트가 환영으로 보았던 '대변혁의 날'은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것은 명백한 멸망의 징조였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천구의 결합>

 

 

게롤트는 천구의 결합이 열리고 있는 탑으로 향했다. 그리고 예니퍼가 열어준 통로를 통해 전력을 다해 탑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엔 아발라크만이 있었다. 시리는 결국 그에게 이용당한 것일까. 이 모든 재앙의 원인은 아발라크였던가. 사실 생각해보면 그가 시리를 돕는다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는 애초부터 자신의 세계를 구한다는 명목으로 고대 혈통을 기획한 자였으며 누구보다 시리를 필요로 했던 자였다. 아발라크는 탑으로 찾아온 게롤트에게 마침내 입을 열었다.

 

"게롤트... 정말 불행하군. 이걸 보게 되지 않길 바랐는데."

 

"시리는 어디 있지?"

 

"근처에. 들어봐..."

 

"닥쳐."

 

게롤트는 칼을 꺼내들었다.

 

"네 개소리는 충분히 들었어. 무기나 꺼내. 다 끝내자."

 

아발라크 역시 자신의 칼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는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천구의 결합>을 의도적으로 일으키고 있던 아발라크

 

 

"내가 봐줄 거라 생각해?"

 

"내 생각엔 네가 무기 없는 존재를 공격할 것 같진 않아."

 

"잘 모르겠는데. 난 지금 기분 더럽거든."

 

"난 네 적이 아니야. 난 그저 시릴라를 돕고 있을 뿐이야."

 

"난 널 믿지 않아. 믿을 수가 없지. 일이 이렇게 된 뒤니까."

 

"전 믿으시겠어요?"

 

시리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천구의 결합이 일어난 균열 앞에 서 있었다. 

 

 

어디 있다가 이제 나타나는겨;

 

 

시리의 등장에 안도감을 느낀 게롤트는 칼을 다시 집어넣었다. 그러나 그녀가 하는 얘기는 여전히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아발라크는 진실을 말하고 있어요. 제가 탑을 여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했죠."

 

"왜 그런 행동을 하니? 와일드 헌트는 쓰러뜨렸는데..."

 

시리는 고개를 저었다.

 

"하얀 서리는 아직 남아있어요. 예언들이 맞아요. 전 얼음으로 뒤덮인 세계들을 봤어요. 우리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도 알아요. 고대 혈통만이 하얀 서리를 멈출 수 있어요. 저만이 가능한 일이죠."

 

게롤트는 그간 들어온 얘기로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그동안 시공간을 넘나들며 많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모든 것의 끝. 그것을 막기 위해 시리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시도를 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도 불확실하고 위험한 일이었다. 혼자서 너무 많은 짐을 짊어지는 일이었다.

 

"네가 희생할 필요는 없어. 그냥 떠나자."

 

"안 돼요, 게롤트.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봤어요. 멸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안다구요. 세상이 차례로 얼어붙을 거고, 모든 생명이 사라질 거예요. 그 일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저 뿐이에요."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야..."

 

"...게롤트. 이건 당신 이야기가 아니라, 제 이야기에요. 제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도록 저를 놓아 주셔야만 해요."

 

"제발... 이러지 마."

 

게롤트는 매달렸다. 하지만 시리는 이미 마음을 완전히 굳힌 상태였다.

 

"게롤트, 믿어줘요. 선술집, 멀드 와인, 불가에서 부츠 말리기... 그것만큼 제가 원하는 것도 없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어요. 시도해야 하니까요. 당신, 예니퍼, 트리스... 모두를 위해 말이에요."

 

게롤트는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결국 깨달았다. 시리는 마지막으로 그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행운을 빌어주세요."

 

시리는 천구의 결합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이제부터 그녀는 홀로 기나긴 여행을 할 것이다. 게롤트는 정말로 그녀의 행운을 빌어줄 수밖에 없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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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가 사라진 이후 천구의 결합은 닫혔다. 이후 닐프가드는 르다니아와의 전쟁에 다시 주력했다. 전쟁의 승패는 일전에 게롤트가 노비그라드에 들렀을 때 그의 행적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바로 라도비드 5세 암살 건이었다.

 

당시 게롤트는 딕스트라와 필리파, 버논 로치와 함께 작당하여 북부를 피바람으로 몰고 있는 르다니아의 폭군 라도비드 5세의 암살을 기도했다. 신중한 작전 끝에 라도비드의 마지막 숨을 가져간 것은 필리파였다. 그녀는 마법을 써서 자신이 당한 것처럼 라도비드에게 눈이 머는 고통을 안겨준 후 단검으로 심장을 찔러 죽였다. 이후 라도비드의 목은 닐프가드 측에 전리품으로 넘겨진다.

 

그러나 북부의 정쟁은 끝이 아니었다. 딕스트라는 테메리아의 부활을 꿈꾸는 버논 로치 일행마저 죽이고 자신이 르다니아의 새로운 왕이 되어 북부를 통치하려는 야망을 드러냈다. 그리고 게롤트에게는 이제 더 이상 이 일에 관여 말고 손 떼라고 경고한다. 만약 게롤트가 딕스트라의 말대로 한다면, 딕스트라는 버논 로치 일행을 죽이고 자신의 염원대로 르다니아의 왕, 나아가 북부의 새로운 맹주가 된다.

 

 

아니 이 돼지 시키가...

 

 

게롤트가 라도비드 5세 암살을 하지 않을 경우, 그는 닐프가드의 침략으로부터 자신의 영토를 성공적으로 지켜낸다. 그는 북부의 역대 어느 왕보다도 뛰어난 전략전술의 천재였고, 에미르는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닐프가드의 위협을 저지하고 북부의 맹주가 된 라도비드 5세

 

 

하지만 동시에 라도비드는 그 누구보다도 잔혹한 폭군이었다. 이후로도 라도비드는 착실히 마녀사냥을 완료해 나갔다. 이전에 노비그라드에서 그랬듯 테메리아와 에이단에도 장작더미가 불타올랐고, 도덕관념 재조정의 일환으로 평범한 약초사, 펠러, 치료사, 비인간 같은 이들이 이단자로 몰려 목숨을 잃었다. 또한 일반인들에게도 가혹한 세금을 매기는 등 본격적인 폭정을 저질렀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 라도비드의 통치하에 누리는 자유란 노예 신세인 이들보다도 비극적이라는 게 정론이었다.

 

 

위쳐 세계관의 사람들로써는 최악의 결말

 

 

이처럼 라도비드나 딕스트라에 의해 닐프가드가 패배할 경우, 연이은 원정 실패로 에미르 황제는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껏 참아왔던 반대파는 명분을 얻어 에미르를 공격했다. 그리고 황제의 적들의 무덤 위에서 춤추었던 백성들은 이제 황제를 자신의 무덤에서 쉬도록 안치했다.

 

 

실패의 대가를 치르는 에미르

 

 

게롤트가 라도비드를 암살한 후 버논 로치 일행을 도와 딕스트라까지 죽일 경우, 지도자가 없는 북부 왕국은 결국 닐프가드에게 패배하여 노비그라드를 비롯해 대륙 전체가 에미르 황제의 지배하에 놓인다. 마침내 대륙 통일의 염원을 이룬 에미르 황제는 그동안의 반대파와 첩자들을 모조리 제거하고 자신의 권력을 다시 한 번 공고히 다졌다. 하지만 북부의 끝없는 반란에 지쳐 결국 테메리아 왕국은 제국령에 귀속된 형태로 자치권을 내준다.

 

 

마침내 대륙 통일의 염원을 이룬 에미르 황제

 

 

만약 라도비드 5세가 죽고 게롤트의 조언으로 키이라가 생존할 경우, 그녀는 케어 모헨에서 만난 늑대파 위쳐 램버트와 눈이 맞아 함께 자신의 길을 떠난다. 램버트는 키이라의 이상형과 거의 일치했다. 이후 그녀는 일전에 얻은 자료를 토대로 전염병의 치료약을 개발했다는 소식만이 언뜻 전해진다.

 

 

게롤트와 잠을 자보고도 다른 남자를 택하다니...

 

 

게롤트 역시 자신의 인연을 찾는다. 만약 그가 예니퍼와의 사랑을 택했을 경우, 그는 예니퍼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더 이상 정치와 음모에 개입하지 않고 조용한 삶을 살게 된다.

 

반대로 트리스와의 사랑을 택했을 경우, 그는 트리스와 함께 코비어 왕국에 정착하여 시끌벅적하게 살아간다. 게롤트는 꾸준히 위쳐 일을 하며 감각을 유지했지만 사실 일을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다. 트리스가 코비어의 자문 마법사가 되면서 돈은 넘쳐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는 요리를 비롯한 살림 솜씨도 매우 뛰어났다. 이후 게롤트는 트리스가 구한 안락한 집에서 이런저런 손님들을 맞이하며 즐겁게 살아간다. 그들의 집은 언제나 갓 구운 케익 향이 흘러나왔다. 

 

 

물론 둘 다 찝쩍댔거나 택하지 않았을 경우, 게롤트는 독거노인이 된다. (...)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게롤트는 닐프가드의 황제를 찾아갔다. 시리의 행방을 묻는 에미르에게 게롤트는 그녀가 죽었다고 답했다. 에미르는 그녀가 자신에게 남긴 말이 있었냐고 물었으나 돌아오는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저 게롤트는 평소 그녀가 아버지와 화해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만 알려주었다. 에미르는 더 캐묻지 않았다. 그리고 방을 나가는 게롤트에게 조용히 마지막 명령을 전했다.

 

"위쳐, 널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두 번 다시는."

 

 

의미심장한 에미르의 마지막 명령.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온 게롤트는 곧장 닐프가드의 옛 야영지로 향했다. 게롤트는 그곳의 일류 대장장이 마스터 오르트에게 한 가지 의뢰를 맡긴 바 있었다. 최고의 재료와 숙련된 기술로 일급의 은검을 만들어달라는 의뢰였다. 게롤트는 은검을 받아들고 근처의 선술집으로 향했다. 그곳에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시리였다.

 

 

두건을 눌러 쓴 채 게롤트를 기다린 시리.

 

 

시리는 살아 있었다. 그녀는 시공간 너머에서 하얀 서리를 해결하고 약속대로 게롤트에게 돌아왔다. 진실로 그녀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녀는 그것을 해냈다. 물론 그녀는 닐프가드로 돌아가 에미르의 후계자로써 대륙을 통치하는 여제가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랬을 경우 그녀는 선왕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치적 본능과 게롤트에게 배운 평범한 인간의 예절 감각을 발휘하여 훌륭한 통치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게롤트의 곁에 남았다. 그녀는 자신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아껴준 게롤트와 함께 위쳐로써 살아가기를 택했다. 게롤트는 아마도 에미르가 그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명령과 함께 에미르는 시리와 게롤트를 완전히 놓아주겠다는 묵시적 뜻을 전했다. 이제 닐프가드의 간섭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위쳐로써의 삶을 택한 시리.

 

 

게롤트는 가지고 왔던 은검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시리를 위한 선물이었다.

 

"네 검이란다."

 

"위쳐들의 은검...!"

 

"마음에 드니?"

 

시리는 곧장 검을 받아 들었다. 그녀는 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금껏 그녀는 위쳐의 상징과 같은 은검을 아직 갖지 못한 상태였다. 게롤트는 평소 그런 시리의 아쉬움을 잘 알고 있었다.

 

"아름다워요. 써봐도 돼요?"

 

"여기서는 안 돼. 조만간 충분히 기회가 있을 거란다, 위쳐."

 

하지만 시리는 들뜬 마음에 바로 검을 뽑아보았다. 그런데 검에는 읽을 수 없는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그것은 고대 언어 룬으로 만들어진 글귀였다.

 

 

두브헨 하애른 암 글라디알, 모르크'흐 암 피헤안 아이센.

[어둠을 가르는 섬광. 밤을 찢는 빛.]

 

 

"이 글귀는 뭐예요?"

 

"위쳐들의 오래된 좌우명이지. 이런 검이 나에게도 있었단다. 하지만 이 검이 더 나아."

 

시리는 진심으로 기뻤다. 단순히 은검을 얻게 되어서가 아니었다. 이제 한 명의 어엿한 위쳐로써 게롤트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검집을 닫았다. 그리고 들뜬 마음을 누르지 못하고 결국 게롤트에게 제안했다.

 

"그럼... 한 번 쓰러 가 보죠."

 

 

let's game.

 

 

 

이제부터 잿빛 머리칼을 가진 여성 위쳐의 소문은 북부 전역에 파다하게 퍼져나갈 것이다. 

이제 그들을 얽매는 것은 없었다.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웠다.

 

 

 

 

 

 

<完>